월간 홀씨 이천육년 이월 제 32호

홀씨처럼

점

도종환

사람에게는 저마다 자신만 못보는 아름다운 구석 있지요.

뒷덜미의 잔잔한 물결털같은. 귀 뒤에 숨겨진 까만 점같은.

많은 것을 용서하고 돌아서는 뒷모습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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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의 느낌있는 성서읽기

성령의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라

ㅡ사도행전 19:1-7

김재성/ 민들레성서마을지기

:::글쓴이 소개:::

아볼로의 주지주의를 넘어서 성령의 시스템 속으로

1절에 아볼로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앞에서 보면 그는 말을 잘하고, 성경에 능통하며, 주의‘도’를 배워서 알고 있었고, 열심히 예수에 관한 일을 말하며, 정확하게 가르쳤다고 한다(행 18:24-25). 맨 끝에 보면, 그에게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그는 요한의 세례만 알고 성령 세례를 몰랐다(25b). 본문에 보면, 바울이 아볼로가 고린도에 있는 동안 에베소를 방문하게 된다. 거기서 (아마도 아볼로의) 몇몇 제자들을 만나“여러분들이 믿을 때에 성령을 받았습니까?”하고 물으니, 그들은“성령이 있다는 말을 듣지도 못했다”한다. 그들은 머리로는 잘 알고 있는데 몸이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예수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잘 알고 있지만 성령은 받지 못한 주지주의적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이나 초대교회 사람들은 많이 배운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지식 이상의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그들이 성령을 충만히 받았다는 것이다. 누가복음에서 보면, 예수는 성령으로 잉태되고 성령의 충만함을 받아 갈릴리에서 활동하시고 십자가를 지시고 부활하셨다. 사도행전에서 보면, 부활하신 예수는 아버지께로부터 받은 성령을 신자들에게 부어 주신다(행 2:33). 사도행전 전체는 이렇게 성령을 충만히 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복음을 전했는가를 보여준다(1:8). 당시의 그 열악한 교통 환경 속에서 예루살렘에서 로마까지 복음이 전파된 것은 가히 기적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그들이 잘 나서가 아니라, 성령의 충만함을 받았기에 가능했다. 사도행전에서 베드로, 빌립, 바울, 일곱 집사, 스데반과 같은 인물들을 묘사할 때, 꼭 그들은 성령이 충만했다는 구절이 빠지지 않는다.

성령이 충만한 사람들이 땅 끝까지 퍼져가는 비전은 사실은 예수님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예수님은 개인주의적, 영웅주의적 역사관을 갖고 있지 않으셨다. 예수께 그런 관점이 있었다면, 십자가를 지는 대신 많은 기적과 카리스마로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면서 별 문제 없이 지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는 자신이 고난 받고 부활 승천하여 아버지께로 가는 것이, 우선은 그들에게 고통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유익하다고 보았다. 성령이 많은 사람들에게 부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교독문>에서, 예수는“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하다. 내가 떠나가지 않으면, 보혜사가 너희에게 오시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가면, 보혜사를 너희에게 보내 주겠다”(요 16:7) 하신다.

예수께서 아무리 능력이 크시다 해도, 육을 가지신 예수는 이스라엘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령의 능력을 받은 사람들은 유다와 사마리아의 한계를 넘어 땅 끝까지 복음의 증인들이 되었다. 보혜사 성령이 하시는 일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시고, 또 예수께서 말씀하신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시는 것이다(요 14:26). 그래서 이젠 예수를 직접 만나지 않은 사람도 직접 만난 사람 이상으로 예수를 알게 되고 고백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바울 사도는 생전의 예수를 뵌 적이 없지만, 그리스도를 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누가 기자는 이런 경지를“성령 충만”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충만이라는 개념은 본래 그리스적 개념이다. 그리스 사람들은 프뉴마(영)를 물질적인 것으로 이해하여 사물에도 깃들어 있고 사람의 몸을 채울 수도 있다고 보았다. 그것은 마치 기(氣)와 같아서 사람이 그것을 이용하거나 조종할 수 있다고 보았다. 반면에 구약성서에서 하나님의 영(루아흐)은 인격적인 분이어서 사람들이 이용하거나 조종할 수 없다. 누가 기자는“성령 충만”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그리스적 영 개념에 익숙한 이방인 신자들이 성령을 친숙하게 이해하게 하였다. 성령은 하나님의 영이시지만, 우리에게서 떨어져 있는 분이 아니라, 그리스의 프뉴마처럼 우리와 가까이 계시고, 우리를 사로잡는 분임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 많은 신자들은 성령을 기와 같은 것으로 이해한다. 오늘날 기 수련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기를 주입하기도 하고 기로 병을 고치기도 한다. 성령이 이런 물질적인 것일 수는 없다. 그런데 신자들은“성령 충만”이라는 용어에서 이런 기가 자신을 채우는 것을 연상하고, 자기가 열심히 기도하고 정성을 들이는 만큼 성령을 많이 받고 능력을 받게 된다고 생각을 한다. 성령을 내가 조종,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성령 충만”은 이런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성령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성령의 인도하심에 나를 맡기는 가운데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주의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요즘식으로 표현하면,“성령의 시스템 속으로”들어가는 것이다. 예수를 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성령의 충만함을 받았을 때, 예수를 만났고 복음의 증인이 되었다. 사회의 작은 사람들인 그들이 성령의 충만함을 받았을 때, 배운 사람들보다 신념 있고 용기 있는 사람들이 되었다. 이스라엘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던 그들이 성령의 충만함을 받았을 때, 땅 끝까지 겁 없이 도전하는 능력의 인물들이 되었다. 그러므로 이런 성서의 관점에서 보면, 개인의 능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가 성령의 시스템 속으로 들어갔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짐 콜린스의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이라는 책에서 보면, 성공하는 기업의 원리도 그와 같다. 시간을 묻는 직원들에게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카리스마적인 지도자는 우선은 매력 있고 기업을 잘 이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존재보다는 이름도 없고 카리스마가 없어도 사람들에게 시계를 만들어 주어서 누구나 시간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기업주가, 처음에는 고전을 하지만 나중에는 대성공을 거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보잉사와 맥도널드 더글라스사가 있는데 보잉 707은 프로펠러로 가는 여객기이고 이때 맥도널드사 역시 프로펠러 기종으로 보잉사보다 훨씬 앞서 가고 있었다. 그런데 보잉사 사장은 매우 모험적이긴 하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제트엔진으로 바꾸기로 시스템을 바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투자비용이 많이 드니까 고전했고, 나중에 제트엔진이 성공 못하면 아주 망하게 되는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신념과 용기 있는 지도자가 원칙을 가지고 밀고나가서 결국 제트엔진을 단 보잉 747이 나왔고, 머지않아 맥도널드사를 추월하게 되었다. 맥도널드사는 계속 프로펠러 엔진을 고집하다가 늦게서야 제트엔진으로 바꾸었지만 보잉사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보잉사 사장은 카리스마가 있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성공을 하게 된 것이다.

예수는 카리스마적 지도자로서도 부족함이 없었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성령을 충만히 받을 수 있는 그런 성령 시스템의 비전을 보았다. 바로 이 시스템 때문에 복음은 예루살렘을 넘어 땅 끝까지 전파될 수 있었다.

우리 교회는 교권주의를 극복하고 평신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를 세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은 어떤 카리스마적인 지도자에 의해서 좌우되거나 주도적인 구성원 한두 사람이 교회를 좌우하는 낡은 모델을 깨고, 누구나 성령의 능력과 은사를 받은 대로 헌신하고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그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돌아가게 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우선은 평신도들로 구성되는 실행위원회와 운영위원회인데, 전체적으로 볼 때 이것은 성령의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는 작은 문이라 할 수 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람들

우리가 성령의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서 성령의 능력과 은사를 받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행복하고 자유롭고 창의적이 된다. 처음 컴퓨터를 배울 때, 그리고 처음 개인 홈피를 만들 때, 공부는 안 하고 쓸데없는 일만 한다고 주위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컴퓨터를 배우면 배울수록 무궁무진하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홈피를 통해 복음을 전할 수 있으며, 모르는 사람들과 은사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나 재미가 있었다. 나중에, 목회에서나 강의에서나, 그때 배운 것들이 그렇게 유용할 수가 없었다. 홈페이지에 올린 설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목회자들도 보는 것 같다. 디지털 카메라로 행사 사진들을 홈페이지 <앨범>에 올리면서, 만나는 시간 시간이 화제의 시간이 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어 모두가 정성을 다하게 된다. 교회에서는 주일 꽃꽂이 사진을 홈피에 영구보존하게 되는 아이디어가 나오니까 꽃꽂이하는 분들이 더 정성을 들인다. 그리고 교회 밖 사람들도 꽃꽂이를 볼 수 있게 되고, 꽃꽂이를 보고 시를 쓰기도 하고, 때론 외국에서 그 사진을 보고 시를 쓰기도 한다. 홈피를 통해 미국에 있는 분들이 글을 쓰기도 하고, 국내 소식을 듣기도 하고 또 그곳 소식을 전해 주기도 한다. 요즘 목요강좌 자체도 재미있지만, 강좌 후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서로 답을 달아주는 것이 또 재미있고 의미도 있다. 전에는 <성도의 교제>라고 하면 교회에 와서 함께 차 마시고 대화 나누는 것을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것 못지않게 홈피를 통해서 대화를 하고 성도의 교제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렇게 홈피가 활성화 된 교회들은 그만큼 교우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서로 사랑하게 된다. 다들 자기를 표현하고 싶어 하고 글을 쓰고 싶어 하게 된다. 그리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하루만 안 보아도 서로 보고 싶고 만나고 싶기 때문에 홈피를 통해서라도 만나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서로 만나고 싶어 하고 뭔가 쓰고 사진을 찍고 소감을 쓰고 답변을 달고 하는 것은 우리가 성령 안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성령의 충만함을 받을 때 성령의 은사를 받게 되고, 그 은사는 사랑과 자유 안에서 서로 반하게 하고 만나고 싶게 한다. 그리고 쉬지 않고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사랑을 이루는 영감과 아이디어들을 얻게 된다.

아트 프라이라는 사람은 교회에서 찬송을 부르면서 나중에 기억하기 좋게 종이를 끼워 두었는데 뒤적거리다 보니 끼운 종이가 자꾸 빠져나갔다. 이럴 때 우리는 전혀 창의성이 없이 우직하게 노력만 해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해마학습법을 이용하여 찬송가 번호를 열심히 기억해 두는 것이다. 그건 우직한 것일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다. 어쩌면 외우다가 잘 안 되서 짜증을 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아트 프라이는 그렇게 하는 대신 어떻게 그 끼운 종이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거기에 접착제를 바르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포스트잇이다. 3M이라는 회사는 광산업을 하다가 망해서 아주 위태하게 출발했지만, 이런 창의적 아이디어 때문에 포스트잇과 스카치테이프만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이런 창의적인 것은 머리가 좋아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필요 속에서 나오고 곤경 속에서 나온다. 그가 찬송하는 가운데 그런 아이디어를 얻었듯이, 성령의 시스템 속으로 들어갈 때 뜻밖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성령의 시스템에 들어간 사람은 처음에는 별로 대단한 사람 같지 않은데, 자기 능력으로 아니라, 그분의 능력을 힘입기 때문에 어느 샌가 보면 위대한 생애를 사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자기가 잘나고 가진 게 많다고 자만하는 사람들, 교회를 다녀도 무슨 직분을 받은 것으로 자만하고, 성령의 시스템 속으로 빠져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대단한 것 같아도 나중에 보면 아주 작고 종재기 같은 사람이 된다. 하찮은 이익이나 일에 매여서 평생을 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는 마치 혼자 노를 저어서 대양을 건너려는 사람과도 같다. 성령의 시스템에 들어간 사람은 노를 젓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지만 인생이 그 노력만으로 되지 않으며, 때로는 순풍이 아닌 풍랑이 일어도 그것을 타고 내가 알지 못하는 더 먼 곳으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야말로 성령에 자기를 맡길 수 있는 사람들이다.

새 술에 취하여라

오늘 본문 6절에 보면 성령이 있다는 것도 모르던 사람들이 주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자, 성령이 그들에게 내렸고, 그들은 방언으로 말하고 예언을 하였다고 되어 있다. 성령의 시스템 속으로 들어간 사람은 이와 같이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은 이런 모습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의 모습이 얼마나 뜨겁고 신명났던지, 옆에서 보던 사람들이,“그들이 새 술에 취하였다”고 하였다(행 2:13). 성령 충만을 받은 사람의 특징은 바로 이런 빠져듬과 황홀경에 있다. 그들은 이론적이거나 냉소적이기보다는, 빠지고 반하고 미치고 취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한 편으로 설교 말씀을 경청하고 목요강좌에서도 배워야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뜨겁게 찬양하고 간절히 기도하고 성도의 친교 속에서 푹 빠지고 봉사와 헌신에 열의를 다하는 가운데, 성령의 은사를 나누는 희열을 경험을 해야 한다.

세상 사람들은 술에 취해 보지 않고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한다. 이성적인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 사람에게는 있음을 다들 느낀다는 의미다. 사람은 아폴로니우스적인 것(이성적인 것)만이 아니라 디오니소스적인 것(취하고 빠져듬)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한 황홀경을 느끼는 것은 외부의 물질에 의해 취하는 때가 아니라 내 속에서 솟아나는 것에 의해서 취할 때이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진정한 자유를 느낄 때,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황홀경을 느낀다. 이러한 자유와 사랑은 우리가 성령 안에 있을 때 가장 충만하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성령 충만을 받은 사람이 진정으로 술 취한 사람보다 더 취할 수 있고 진정으로 황홀경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주지주의적이고 냉소적인 아볼로의 신앙으로 살지 말고, 성령의 시스템 속으로 푹 빠져 들어가야겠다. 그리하여 부족한 것 많은 우리들이지만,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그리고 영감을 받으며 살며, 새 술에 취한 사람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자기가 하는 일에 반하고 취하고 미치고 빠져드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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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환의 이야기마당

되풀이 되어야 할 기쁜 소식

ㅡ막 1:1-4, 16:1-8

문동환/ 한신대 명예교수

:::글쓴이 소개:::

 1. 마가복음서 제목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복음의 시작” 이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그리고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가 뒤따른다. 우리는 흔히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가 예수님의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복음의 시작” 은 마가복음서 전체의 제목이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전개 된 기쁜 소식” 이란 반복되어야 할 기쁜 소식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에수님의 제자들을 통해서 그런 기쁜 소식이 반복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오늘도 그런 기쁜 소식이 우리들 사이에서 반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그런 기쁜 소식이 반복이 되지 않는다면 예수님을 통한 기쁜 소식이 무의미해 진다. “옛날에 그런 기쁜 소식이 있었다” 라고만 한다면 그것이 오늘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을 것인가. 그러 기쁜 소식이 오늘도 다시 일어나야 우리에게 의미가 있다.

2. 어디에서 이런 복음이 반복이 되어야 할 것인가?

마가복음서 16장에 보면 막달라 마리아를 위시한 여인 몇이 예수님의 몸에 바를 향유를 가지고 무덤으로 갔다. 무덤을 막은 큰 돌을 어떻게 굴릴 것인지를 걱정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무덤에 가 보았더니 그 큰 돌이 벌서 굴려져 버려 여인들은 그냥 무덤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그래서 들어가 보았더니 거기에 예수님의 시체는 없고 흰 옷을 입은 청년이 여인들에게 “예수님은 다시 사시어 약속한 대로 먼저 갈릴리로 갔으니 거기에서 예수님을 만나라” 고 제자들에게 전하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갈릴리에서 다시 사신 예수님을 만나 그와 더불어 복음이 다시 반복되게 하라는 것이다. 물론 갈릴리란 억압받고 수탈을 당하는 자들이 있는 곳이다. 거기에서 예수님의 기쁜 소식이 되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가복음서의 마지막 말은 “여인들이 제자들에게 하지 않았다. 두려워서”라고 한다. 그 구절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갈릴리로 가지 않고 예루살렘에 남아 있은 까닭을 설명하는 것이다.

누가 복음서에 보면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루살렘에 남아 있었다고 한다. 저들은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재림하셔서 다윗왕국을 재건하신다.” 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누가 복음서 기자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부활하신 예수님이 어디에 나타나셔서 하느님나라 운동을 재건할 것이냐 하는 데는 두 가지 전통이 있다. 예루살렘 전통과 갈릴리 전통이다. 이것은 다시 사신 예수님이 강자들의 도성에 나타나느냐? 아니면 약자들이 있는 곳에 나타나느냐 하는 중대한 물음이다.

그러나 강자들이 있는 곳에 예수님이 나타나셔서 하느님 나라를 확산한다는 것이 틀렸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이 된다. 주후 70년에 예루살렘이 로마 군인들에게 함락이 되어 성곽과 선전이 초토화되었다 그리고 실망에 빠진 베드로를 위시한 제자들은 다 산지 사방으로 흩어져 예루살렘에 예수님이 재림하신다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리고 실제로 하느님 나라 운동은 억압받는 자들이 사는 갈릴리에서 다시 살아나 지중해 연변으로 확산이 된 것이다. 지중해 연변에 산 사람들이란 로마인들에게 수탈을 당하는 갈릴리 사람들과 같은 민중들이다. 우리는 흔히 바울을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한 선구자로 생각한다. 하지만 바울이 대사제의 허락을 받아 예수를 따르는 자들이 많다는 다메섹으로 가다가 다시 사신 예수님을 만났는데 그 다메섹은 갈릴리 북방에 있는 도시다. 거기에 벌써 예수의 뒤를 따르는 자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바울은 다메섹에 가서 그곳에 있는 예수를 믿는 사람들에게서 처음 예수님에게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그 다메섹의 신자들은 다 갈릴리 사람들의 선교를 통해서 예수님을 따르게 된 자들이다. 그 때까지 예루살렘에 있은 자들은 하늘을 처다보고 있었지 선교의 길에 나서지 않았다. 그 뒤 바울이 예수님의 도를 전하려 간 곳마다 벌서 예수님의 복음이 전달이 되어 있었다. 바울이 로마교회에 쓴 그 유명한 로마서도 바울이 로마로 가기로 결정을 하고 로마에 있는 교인들에게 쓴 편지다. 바울이 로마에 가기 전에 벌써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기쁜 소식은 로마에 전달이 된 것이다. 이렇게 일찍 지중해 연변에 기쁜 소식을 전한 자들이란 갈릴리 사람들이다.

마태복음서는 마가복음의 전통을 이어 받은 예수님의 생의 기록이다. 이 마태복음서 마지막 장에 보면 예수님이 갈릴리에 있는 어느 산에 나타나신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말한다. “너희는 땅 끝까지 흩어져 아버지, 아들,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들에게 삶과 말로 가르친 것을 가르쳐 그렇게 살게 하라”고 명하셨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이 사신대로 살아서 그 곳에서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이 반복 되게 하라는 말이다.

예수님이 사시고 가르치신 생명의 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이웃을 자기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길이다. 아니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길이다.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면서 화해의 삶을 살라는 것이다. 예수님이 탄생하셨을 때 나타났던 천군천사들의 노래 소리처럼 땅 위에 평화가 이룩되도록 살라는 것이다. 예수님은 그렇게 사셨고 가르치셨다. 그런 환희에 차 넘치는 사건들이 다시금 다시금 일어난다는 것이다. 어디에서? 예루살렘이 아니라 갈릴리에서 되풀이 된다는 것이다.

3. 인류 역사를 살펴보았을 때

그리고 인류 역사를 살펴보았을 때 부활하신 예수님의 기쁜 소식은 갈릴리에서 되살아났다. 지중해 연변이 그랬고 중세기에 로마 교황청이 이 세상 왕권과 손을 잡고 횡포를 했을 때 야만인으로 천대를 받은 독일에서 종교개혁이 일어났다. 아시아에서 스스로 중원이라고 뻐기던 중국이나 대동아 전쟁을 일으킨 강대국 일본에서 예수님의 기쁜 소식이 꽃 핀 것이 아니라 그들로 말미암아 침략을 받고 고생한 한국에서 복음이 왕성히 부활했다.

6 년 전 남과 북의 두 정상이 선포한 6.15 공동선언도 이웃을 제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아니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정신의 부활이다. 거듭 용서하면서 화해를 하라는 예수님의 삶의 부활이다. “네가 삶으로 나도 산다” 는 이 상생의 길이란 틀림없이 예수님의 부활의 기쁜 소식이다. 그 상생의 도가 한반도에서 부활했다. 왜? 그것은 한반도는 고생에 고생을 한 아시아의 갈릴리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인류 역사에서 무력을 총동원해서 싸우던 적수가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가 더불어 죽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서로를 소중하게 여겨 용서하고 도우면서 평화의 길에 들어선 예를 볼 수 있는가? 평화 하면 강자가 약자를 짓밟은 뒤 강자의 명령대로 모두 순종하게 하는 것을 평화라고 했었다. 로마 제국에서 시작해서 20 세기의 대전들이 다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평화는 참 평화가 아니다. 얼마 가지 않아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그런데 한반도에서 새로운 평화의 찬가가 들려왔다. 그것은 우리 한반도가 아시아의 갈릴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수님으로 말미암는 기쁜 소식이 로마 천지에 확산이 되었듯이 한 반도에서 울려나는 평화의 소식이 동북아에 확산이 될 것이다. 요즈음 생기에 찬 한국의 문화가 중국 대륙을 뒤덮고 있다. 이 흐름과 더불어 한 반도에서 일어나는 “네가 삶으로 나도 산다”는 참된 평화의 노래가 확산이 된다면 동북아에는 틀림없이 평화의 봄 동산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1919년 우리 선배들이 독립선언을 하고 평화적인 시위를 하는 것을 보고 인도의 시인 타골이 우리를 아시아의 횃불이라고 한 것은 정말 적중한 표현이다.

4. 이것을 위하여

이것을 위하여 남과 북, 해외에 있는 우리 동족들이 대동단결해서 6.15 정신을 확산하는 6.15 공동선언실천민족공동체를 이룩했다. 사실 6.15 공동선언이 발표된 것은 남과 북에 있는 우리 민족이 평화를 갈망했었기 때문이다. 우익에 속하는 자들에게 “공산주의자”라고 비방을 받은 김대중이 평양에 가서 김정일의 손을 잡고 평화통일을 선언하고 돌아왔기에 그는 응당 돌팔매 심판을 받았어야 했다. 그런데 남쪽에 있는 국민들은 쌍수를 들어서 그를 환영했고 심지어는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다는 것은 남과 북에 있는 민중들이 얼마나 평화를 갈망했느냐를 말해 주는 것이다. 그런 열망의 물결을 타고 두 정상은 6.15 공동선언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기에 이 선언을 온 천하에 널리 전하기 위해서 남과 북, 해외에 있는 우리 동포들이 하나가 되어서 일어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이제 우리는 손에 손을 잡고 이 평화의 찬가를 높이 불러야 한다. 이 노래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에 확산이 되고 온 세계 방방곡곡에 있는 갈릴리로 전달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21 세기는 상생의 도로 말미암는 평화의 세기가 되어야 한다. 온 누리가 다 다시 사신 예수님으로 말미암는 기쁨의 잔치에 참여하게 되어야 한다. 예수님이 그의 제자들에게 부탁하신 것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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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언의 종교학까페

혜강(惠岡) 최한기(崔漢綺)의 사람 보는 법

박상언/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위원

몇 해 전에 어느 모임에서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그 후로 완결된 글로 꾸미지 못하고 이제껏 미루고 있었던 그 주제는 지금의 내 공부가 수양의 삶과 맞닿아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학문한다는 것이 자기의 지적 만족에 불과한 것인지, 나아가 거기에서 멈출 수밖에 없는지를 스스로 묻고 답을 구하고자 했었다. 아직도 그 답을 논리적으로 펼쳐 보일 만큼 충분히 생각을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그 어떤 학문도 수양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깊어만 간다.

서울의 토종학자 혜강 최한기(1803-1877). 19세기 조선의 독창적 사상가인 혜강은 평생을 서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명망 높은 유학자들이 도외지의 산림을 근간으로 하나의 학연(學緣)과 정치적 인맥(人脈)을 형성하려 했던 시절에 혜강은 권력의 심장부에서 지배계층과는 단절된 채 도시의 소시민으로서 일생을 보냈다. 비록 그가 세조때 정승의 지위에 올랐던 최항의 15대 후손이라고는 하지만, 그에게 이르는 이삼백년 동안 그의 가문에서 요직에 등용된 인물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궁반한족(窮班寒族)의 삶을 살았다는 것은 아니다. 혼인관계를 통해 그런대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집안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굳이 서울에서 벗어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이다. 새로운 지식을 담은 서적을 신속하고 풍족하게 얻을 수 있는 공간이 서울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그는 마음껏 책을 살 수 있는 넉넉한 재산을 선친에게서 물려받았다. 이건창(李建昌)의 미발간 필사본 '명미당산고'(明美堂散稿) 10권에 수록된 '혜강최공전'(惠岡崔公傳)에는 그의 학구열이 얼마나 강렬했었는지를 보여준다. "좋은 책이 있다는 것을 들으면 비싼 값을 아끼지 않고 그것을 구입하여 읽었으며, 오랫동안 열람하고는 헐값으로 팔았다. 이 때문에 나라 안의 책 중개상들이 다투어 와서 팔기를 요구했다. 북경 서점의 신간서적들이 서울에 들어오기만 하면 혜강이 열람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혜강은 힘닿는 대로 신진서적을 구입했고, 또 학문 연구에 몰두했다. 그 결과로 그의 말년에는 가산이 기울어져 급기야 송현의 상동(현 한국일보사 부근)에 마련한 저택을 팔고 도성밖에 나가 셋집에서 살 지경에 이르렀다. 넓은 마당에 기화당(氣和堂), 장수루(藏修樓), 긍업재(肯業齋) 등 여러 채의 건물 및 정자가 있던 상동의 집은 그가 49세에 마련해서 신진지식을 습득하고 저술 활동에 전념했던 공간이었다. 그의 대표적인 저작인 '기학'(氣學), '인정'(人政) 등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경제적 부유함보다도 그에게 행복감을 준 것은 새로운 지식의 습득이었고 독창적인 사유의 세계를 구축하는 창조적 활동이었다. '혜강최공전'에는 그의 행복이 어디에서 샘솟는지가 기록되어 있다. "명나라 이후부터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아 역법이 점차 실측(實測)에 취하였고, 주야장단(晝夜長短), 조석증감(潮汐增減), 만국역대치란(萬國歷代治亂), 각방인물성잔(各邦人物盛殘)이 '지구전요'(地球典要)에 상세히 실려 있어서 잘 읽고 나면 천지의 방향과 기화(氣化)의 운행에 관하여 발명된 바가 많을 것이다. 옛 사람이 알지 못했던 것을 가지고 요즘 사람의 아는 것을 헐뜯는다면 그것은 거론할 것도 못된다. 세상일에 뜻있는 자가 이 새로운 지식을 섭취한다면 지난 날 듣고 의혹했던 것을 해소시키고 새로운 것을 얻는 기쁨이 깊게 될 것이니 옛날에 태어나지 않고 이 시대에 산다는 행복이 이런 점에 있는 것이다."

혜강은 서양의 철학, 천문학, 지리학, 의학 등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나갔다. 그런데 그의 지적 편력은 단순히 지적 충족의 욕망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사유의 패러다임을 전환함으로써 조선의 새로운 사회체계를 구축하려는 실천적 결의를 보여준다. 그는 현실과 유리된 관념의 세계에 빠진 유학자들과는 철저하게 다른 길을 걸었다. 그에게 학문의 대상은 감각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현실에 유용한 것이어야 했다. 그가 저술한 '인정'은 그의 이런 학문적 태도에 기초한 ‘인재양성서’이다.

스물다섯 권의 '인정'이 완성되기까지는 2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최한기는 36세(1838)때 인품(人品)의 감별(鑑別)에 관한 논문인 '감평'(鑑評)을 저술했고, 이를 계속 보완 확대하여 49세(1851)때에 '인정'(人政)의 초고, 그리고 58세(1860)에 이르러서야 '인정' 25권을 완성했던 것이다. '인정'은 크게 1) 측인문(測人門) 2) 교인문(敎人門) 3) 선인문(選人門) 4) 용인문(用人門) 등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정'은 사람을 헤아리고(측인), 가르치고(교인), 선발하고(선인), 쓰는(용인) 일에 관한 이론서이다. 그런데 최한기가 그토록 오랜 세월을 인재양성의 지침서를 저술하는 데 매달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과거제도를 비롯한 당대의 인재 양성책이 변화하는 사회체계에 부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혜강은 과거시험에서 대리시험이 난무하고, 인맥과 학맥이 출세의 탄탄한 요건으로 작용하며, 실생활에 유용한 기술직은 직급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인재가 적재적소에 등용'배치되어 조선사회의 병폐와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할 길이 없다고 판단했다.

'사람 보는 법'(측인)은 능력이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발탁하는 기본 요건이다. 혜강은 과거제도의 폐단을 막기 위해 천거제를 제시하고, 과거시험에서 면시(面試)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혜강은 오늘날에도 입학과 입사 채용에서 사용되는 추천과 면접의 기본 요건인 인물평가의 근거와 기준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려고 했던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측인학의 기본 뼈대가 유학의 '지인'(知人)과 통속적 신념체계인 관상학의 '상인'(相人)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혜강은 상인에 대한 비판적 해석을 통해 자기만의 ‘사람 보는 법’을 제시한다.

그는 미래의 길흉화복이 신체의 형태에 따라 선천적으로 결정된다든가, 신체 형태의 우열을 정하고 그에 따라 사람의 내면을 평가할 수 있다는 관상학을 배격한다. 그가 관상학에서 얻은 측인의 요소는 용모와 내면세계의 상관성이다. 즉 용모를 통해 드러난 정신적 기운(神氣)을 통해 사람됨을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관상학의 상인과 유교의 수신(修身)은 상통한다. 사람이 배우고 익힌 것은 그의 내면에서 무르익어 몸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인위적이고 조작적인 몸짓일 수 없다. 혜강이 측인의 요체로 삼는 것은 자연스런 내면의 발로로서의 몸의 현상이다. 그 속에 한 사람의 인격과 지식, 행사의 선악, 인도(人道)의 구현, 덕(德), 수신의 깊이가 담겨있는 것이다.

오늘날에 연예인들의 세련되고 탄력 있는 몸매는 이 시대의 모두가 지향해야 할 신체적 규범이다. 사회는 잘 꾸미고 잘 가꾸면 얻는 게 많다는 사실을 어릴 적부터 가르친다. 입시와 입사 시험에서 개인의 몸은 당락의 중요한 요건이다. 또한 허언(虛言)과 실언(失言), 그리고 교언영색(巧言令色)이 학계에서마저 난무하는 상황에 추천서는 아무 쓸모가 없다. 추천하는 자나 추천을 받는 자나, 또한 선발하는 자나 선발되고자 하는 자 모두가 애초부터 내면세계의 발현으로서의 몸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눈이 있고 그 대상이 눈에 보이는 데도 사람을 그릇되게 헤아린다.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가르쳐야 하는 데 시절이 참으로 각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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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창의 목회이야기

약자의 친구

정해창/ 제자감리교회 목사

:::글쓴이 소개:::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과거에 비해 많이 민주화되었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열린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과거에 비해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약자들(극빈자. 독거노인, 장애우, 정신지체자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차별이다. 그들은 사회에 잘못한 것이 없고, 죄를 지은 것이 없는데도 단지 돈이 없고, 지위가 없고, 권력이 없고, 지식이 없고, 힘이 없고, 세상에서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소외되고 차별 대접받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복지제도가 향상되어 기초생활수급자분들에게 많은 혜택과 도움이 주어지지만 사회 각 기관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인식과 대우하는 자세는 곱지 않다. 공무원들을 찾아가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상담하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얻을까 해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친절과 사랑을 그들에게서 좀처럼 받을 수 없다. 오히려 공무원의 냉랭한 목소리와 싸늘한 시선 때문에 그들은 새로운 절망감을 안고 돌아서야 할 때가 많다. 그들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지체시키거나 빼앗았다간 더욱 혹독한 대접을 예상해야 한다. 그들은 공무원들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늘 피곤하고 부담스러운 존재이다.

그들은 몸이 아파 병원에 가도 속 시원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속 시원한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면 추가되는 돈이 필요한데 그들은 돈이 없어 날마다 규정된 약과 진료를 받고 물러나야 한다. 정말 내가 무엇 때문에 아픈지,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를 알지 못한 채 그냥 병원에서 주는 약을 먹고 지내야 한다. 정작 자신의 아픈 곳을 알아 수술을 받아야 할 지경에 이르러도 돈이 없기 때문에 수술을 받을 엄두는 내지 못하고 그냥 지내야 한다. 그런 처지에 간호원들의 상냥한 인사나 따뜻한 눈길은 기대할 수 없고, 그마나 차가운 시선을 받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다.

기초생활수급자는 깨끗한 옷을 입어도 안 되고, 깨끗한 얼굴로 지내도 안 된다. 그랬다간 “저 사람은 살만한데 왜 도와주지!”라는 사회적 핀잔을 곧바로 받아야 한다. 그래서 정부의 도움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집안에 향기 나는 꽃을 꽂아놓아도 안 되고, 집안을 예쁘게 꾸며도 안 되며, 삶의 멋을 부려도 안 된다. 할 수 있는 한 초라하고 지저분하고 더럽게 살아야 한다. 할 수 있다면 최대한 어렵게 살고, 힘들게 살고, 불쌍하게 사는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그래야 돕는 사람들의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너그러워진다.

심지어 하나님 가족 공동체인 교회도 그렇다. 판사, 검사, 변호사, 의사, 국회의원, 사장 같은 사회적 지위와 능력이 있는 자들은 교회에서도 융숭한 대접을 받고 친절한 섬김을 받지만, 사회에서 소외되고 버려진 가난한 약자들은 교회에 나와도 따뜻한 대접과 사랑을 받지 못한다. 이들은 교회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교회는 이들에게 무거운 부담을 느낀다. 그러나 사실 세상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자들은 세상에서 이미 다 대접을 받고, 섬김을 받았기 때문에 하나님 가족 공동체인 교회에서는 그렇게 대접을 받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세상에서 대접받지 못하고 소외된 사람들은 교회에서 반드시 많은 대접과 사랑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세상에서 받은 힘든 상처와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힘없는 약자에게는 관공서의 문턱도 높고, 병원의 문턱도 높고, 교회의 문턱도 높게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제자공동체는 주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이 땅의 약자들에게 따뜻한 친구가 되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말이나 이론이 아니라 삶으로 행동으로 약자의 진정한 친구가 되는 은혜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약자들이 마음 문을 활짝 열고 자신을 모두 내어놓을 수 있는 열린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세상에서 소외된 이웃들이 제자 공동체에서 천국을 경험하고, 새로운 인생으로 거듭나는 역사가 일어났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주님 사랑을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그들은 세상에서 소외되고 버려진 약자일 것이다. 그들에게 다가가 손 내밀어 따뜻한 친구가 되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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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화의 작은미술관

태양 십자가

ㅡ내 피투성이 주검 바쳐 태양되게 하소서

김병화/ 조각가

:::글쓴이 소개:::

부제 '내 피투성이 주검 바쳐 태양되게 하소서'처럼 십자가가 태양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그림이다. 예수의 십자가 사건과 부활 사건을 연속적 사건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그러나  예수의 십자가 사건과 부활사건이 예수 한 사람으로 끝났을 때는 우리는 관중 이상의 의미가 없다. 내가 십자가 사건이 되고 부활 사건이 되어야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이 시대에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을 체험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우리 각자가 주어진 사명 의식을 자각하고 죽기를 각오하듯 최선의 노력을 하는― 즉, '피(血)투성'의 '피투성'(被投性 , Geworfenheit),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가 '주검 바쳐'의 '기투성' (企投性, Antworfenheit), 이 세상을 향해 이제는 반대로 온 몸을 던지는 존재로 바꿔 질 때다. 그렇게 해서 사명이 성취되면 태양과 같은 절정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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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문동환 교수와의 만남(4)

문동환: 나는 학교에 있었고. 우린 그냥 밖에 있었으니까. 사실은 근데 형님이랑 그룹들이 모여서 민주당하고 평화 민주당하고 어느 쪽으로 가느냐. 그들이 설문 한 이삼십 개 만들어 가지고, 두 분한테 보내서 그 설문에 대한 대답을 듣고 우리 이제 투표하자. 그래서 많은 쪽으로 우리 다 들어가자. 그렇게 결정했어요. 그리고 두 분의 얘기를 들어봤어요. 그러고 나서 투표했더니 95%가 김대중 표예요. 그럼 그쪽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일부는 안 들어가고 계속해서 평화 운동하자 이렇게 됐어. 근데 90% 들어가는 사람들이, 지금 평민당에 들어간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이 누구를 보시고 들어갈 것이냐, 어른 한 분 모시고 들어가야 되거든. 근데 우리 형님은 전쟁법을 가지고 있었어. 그러고, 나하고 김대중 대통령은 그때 퍽 가까운 관계에 있었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82년에 워싱턴으로 망명해 오지 않았어? 그때 내가 워싱턴에 있었거든. 그래서 내가 가까이서 모시고 지냈어요. 그래서 말하자면, 우린 기가 많이 통하는 편이지. 그래 김대중 선생님도 막상한 대로 오시오 그런 얘기야. 그래 내가 많이 주저했어. 내가 성격이 사실 정치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 우리 어머닌, 익환이와 동환인 마음이 약해서 하는 말을 자주 하였거든? 그렇게 고민하면서 하루는, 이게 사실은 비몽사몽간이라 말 할 수 있어요. 꿈인데, 완전히 사실을 떠나서. 수천만이 된 민중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어요. 안 박사의 부인 박영숙 씨가 먼저 평민당에 들어갔거든. 근데 갑자기 박영숙 씨 얼굴이 확하고 나타나요. 이번엔 박영숙 씨 얼굴이 사라지더니 김대중 총재의 얼굴이 나타나요. 그래서 민중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나는구나, 그 사람들을 통해서 민중이 나를 부르는 것이구나, 그렇게 내가 해석하고 들어갔어요. 그래서 평민당 수석 부총재로 들어가서 김 총재와 약속한 것은 우리 대표하고 당신하고 공동 대표를 한다, 이렇게 약속했어요. 그래 내가 김 대통령과 어떻게 공동 대표를 할 정치적인 능력이 없지 않아. 그래서 수석 부총재라는 이름으로 들어갔지요. 내가 들어가지 않겠다고 고민하고 있을 때 김대중 총재가 박영숙 씨를 보고, 문 박사가 들어오지 않으면 우리 정치 집어치워야 되겠다고 했대요. 그때 그 꿈이 맞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우리가 들어가서 평민당이 제 1야당이 됐어요. 그러면서 김대중 선생이 살아나기 시작했죠. 1년이 지나갔어요. 본래 들어간 것은 전 목적이 있어 들어갔으니까, 1년이 아니라 4년간 한 기간만 하고 나와서 우리 집사람과 같이 1982년에 미국에 들어왔어요.

박양식: 너무 재밌고, 또 드라마틱하게 잘 들었어요. 그러면 또 민주화 운동에 중요한 사건들 있잖습니까. 그 사건 하나하나에 대해서 경험하시고, 또 주변 인물들이 그런 일에 어떤 기여들을 하시고 또 무슨 생각들을 하셨는지, 초기 때 민주화 운동에 구체적으로 하셨던 긴급조치부터 좀 이야기 해주세요.

문동환: 우리 기독교계가 새롭게 살아난 것은 전태일 분신사건이에요. 그것이 우리에게 굉장한 충격을 주었고, 그것이 운동으로 살아난 것에서 기독교에서 말하는 부활이 뭐냐 하는 것을 보여준 거예요. 새삼스레 느꼈고. 그래서 안기부에서 조사 받을 때“왜 이런 것을 하느냐”라는 질문에 내 대답이“전태일 때문입니다”라고 그랬죠. 조사는 언제나 두 사람이 조사해요. 한사람은 차근차근 묻고 한사람은 공포분위기를 일으켰고,(웃음) 공포분위기를 일으키는 이가“사람을 놀리는 거야”라고 묻더라고. 71년 사건 아니야, 전태일 사건이, 내가 잡혀 들어간 것은 76년이거든. 그러고 나는 교수요, 목사이기 때문에 민주화 운동에 그렇게 적극적으로 참석하지 못했고, 내가 아는 것은 목요 기도회, 금요 기도회, 도시 산업 선교운동, 박형규랑 같이 하는 운동, 그런 운동이 주로 내가 참여했던 것이고, 구국 3.1선언, 그 다음에는 도시 선교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일하던 일들, 이런 것들이 내가 관여한 일들이고 나머지는 그냥 그렇게 다른 이들과 힘을 내서 함께한 것들이죠.

박양식: 전태일 분신사건 때 어디 계셨죠?

문동환: 그때 난 미국에 있었어요. 미국에서 해방신학하고 그렇게 있을 때지요.

박양식: 그러니까 신학 할 때, 시기가 딱 맞아 떨어졌군요. 참 기독교 인사들이 민주화 운동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했잖아요. 그런 거에 대해서 목사님은 어떠한 관점에서 해석을 하시는지요.

문동환: 내가 기장에 속해서 기장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한국 교회가 사실은 비정치적이고, 교회주의, 내세주의 아니에요? 그래서 기독교 보수 집단이 하나 있죠, 그래 한기총, 기총이라고 그러지, 그들은 우리가 하는 일마다 반기를 들었어요. 그랬는데 우리가 이렇게 본격적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NCC에 김관석 목사가 앉았고. NCC 인권위원회가 있었는데 그 의장을 성남교회에 있던 그분이 쭉 위원장을 했어요. 그 사람을 중심으로 해서 기장세력이 쫙 밀고 나갔거든, 그러면서 그것이 목요기도회, 금요 기도회로 가요. 그리고 기장에서는 노회마다 선교위원회라는 게 있어요. 그래서 그것이 총회에서 지시하는 모든 것이 노회로 가서 노회에서 다시 일어나거든. 그러면서 예장 광나루신학교에 우리 밑에서 조사한 학생들이 다시 거기가 입학했어요. 임명진이란 그 사람, 그리고 몇몇 사람 더 있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민주화 운동을 이룩했고. 그리고 다른 그룹은 KSCF 였어요. KSCF가 사회의식을 가지고 강하게 일어났어요.

그래서 청년층은 KSCF가 중심이 되어서 움직였고, NCC는 기장이 배후에서 물면서 일어나니까 예장이 합류했고, 기장을 그렇게 만든 것은 우리 신학계였고, 이런 역학관계를 가졌고, 기독교 그것은 늘 꾸준히 나가서 목요 기도회, 금요 기도회, 선교위원회로서 활성화 해 나갔고. 그리고 사건이 있을 때마다 NCC에서 모여서 성명서를 내고, 거기에 대한 항거운동을 일으키게 되었죠.

박양식: 목요기도회, 금요 기도회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시겠어요? 어떻게 모였고, 어떤 사람들이 모였는지, 그리고 사실은 민주화 운동은 기도회,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 주로 됐을 텐데 …….

문동환: 예, 기장에서는 데모도 많이 했어요. 또 기도회도 많이 했는데, NCC에 인권위원회하고 선교위원회가 있어요. 두 가지 위원회가 있는데 그분들이 모여서 초 교단적인 기도회 같은 거, 성명서 같은 것을 냈어요. 목요 기도회를 주동한 사람은 누구누구냐면 기장에 김상근 목사, 이해동 목사, 이해학 목사, 예장에서는 기억이 안 나는데 몇몇 선진적인 사람들이 나왔어요. 그 다음에 복음 교회에서 오충일목사 또 우리 한신대를 졸업한 목사 인권위원회 위원장 하신 분 있어요. 성공회에서 국회에 들어가 있는 분 이재정 목사, 이런 분들이 목요 기도회에서 주동 역할을 했어요.

목요 기도회라는 것을 시작했어요. 정부에서 금지해서 잠깐 있다가 그 다음 금요기도회로 시작했어요. 그래서 목요 기도회, 금요기도회는 사실 같은 흐름이죠.

그리고 서남동 목사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요. 목요 기도회, 금요 기도회 같은 것이 민중신학에서 말하는 교회다, 이런 이야기해요. 거기는 불교 승려들도 오고, 구교 신부들도 오고, 믿지 않는 사람들도 오고, 그래서 생명을 위한, 민주화 운동에 공감하는 사람 다 모이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의 영이 역사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했죠.

박양식: 그러면 기도회의 인도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됐나요?

문동환: 기도회의 진행은 대체로 먼저 보고가 나와요. 노동자들이 먼저 눈물 흘리면서 보고하고, 학생들이 보고하고 그리고 찬송하고 기도 드리고 그 다음에 몇몇 사람들이 기도하고 그리고 끝날 때는 다음에 모일 광고하고.

박양식: 그럼 기도회 모임들이 민주화 운동에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세요.

문동환: 첫째로, 한 맺힌 사람이 거기 와서 한 풀이를 했어요. 그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봐요. 거기에 우리가 같이 불이 붙는 거야. 그럴 수가 있느냐? 하며 불이 붙어요. 그리고 이어서 여러 종교, 다른 공동체가 거기 와서 연합이 돼요. 그러면서 정신적인 통일이 되죠. 그런 의미에서 목요기도회, 금요기도회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봐요.

그리고 가톨릭에선 정의구현 사제단 이것이 큰 역할을 했고요. 그리고 아까 말한 대로 기장에서는 선교위원회를 통해서 각 지방마다 계속해서 호응을 했고.

그 다음에 내가 관여 한 것이 도시선교 산업위원회에서 한 것인데, 박형규목사가 주동으로 1973년인가, 교회협의회가 기청하고 합쳐서 부활예배 한번 본 적이 있어요. 그 친구가 선동을 해서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먼저 도시산업선교회 성격이 있었어요. 71년경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거기에 우리 졸업생들이 주동 멤버지, 권호경, 이해학, 허병섭, 이유상 등등 몇이 있어요. 그리고 처음에는 예장의 임명진이도 거기 같이 있었어요. 그리고 감리교회 김동환 이런 사람들이 한 팀이 되어서 무슨 일을 처음에 시작했냐면 이게 산업문화가 되면서 농촌이 쇠퇴하고 도시가 확장이 되잖아. 농촌에서 빈민들이 서울에 모여들거든 그래서 간 곳마다 판잣집이 생겨, 그런데 서울시에서는 이거 정말 골치 아프단 말이야. 외국 관광객이 와도 보기 흉하고, 그래서 판자촌 철거 운동을 시작해요. 그런데 판자촌 사람들은 서울 한 복판에 있어야 일을 구하기 쉽잖아요. 그래서 밖에 쫓겨나면 일자리 구하기 힘들거든, 그래 안 나간다고 싸움하는 거야. 거기에 박형규 목사 팀이 들어간 거야. 이 약한 사람들 편해서 그들을 의식화 시켜주고, 그리고 조직을 해서 자기들의 논리를 주장하면서 물러나더라도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자기 살 길을 찾으면서 물러나도록 도와 줬어요. 그것이 그들이 한 일이에요.

그리고 내가 처음에는 알랜스키를 많이 썼지. 알랜스키라는 미국에서 민중운동을 하는 방법론 책들이 있는데, 내가 파울로 프레이의 페다고지라는 것을 소개하는데 그것이 많이 의식화 운동에 작용을 했어요. 그래 내가 이사가 돼서 그들의 싸움에 같이 참여했지.

이화대학에 이효재 교수, 또 판소리 탈춤을 연구하는 현영학 그런 분들이 다 위원이었어요. 그러면서 제일 인상이 깊은 것은 사랑방교회의 얘긴데, 거기에 팔백여 호 판자촌이 있었는데 정부가 강요하는 바람에 500호가 광주로 나가고, 한 300호가 남았어요. 300호가 남았는데 그 가운데 120호는 시의 허락으로 천막을 치고 같이 살았어요. 같이 살면서 그들이 교회를 만들었어. 그 이름이 사랑방 교회야. 사랑방 교인들이 목요 기도회에 나와서 참여하고 그랬어요. 이 사랑방교회하고 우리가 하는 갈릴리 교회가 자매결연을 하였어. 이걸 방해하려고 애를 썼어요. 이 교회가 말썽 많은 교횐데 이걸 합치면 어떻게 되느냐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매결연 예배를 보고 그 다음 목요일인데 이 교인들이 목요 기도회를 가려고 하니까 동에서 나와서 막는 거야. 한참 승강이 하다가 나가지 않으면 너희들이 거기서 월동을 하려고 그랬거든, 3월초까지 여기 머물러 있게 해 주마 그랬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주저앉았어요. 앉아있는 한 시간 후에 철거반이 들어와서 때려 부쉈어요.

그 소식이 목요기도회에 왔어요. 목요기도회원들이 급히 끝나고 가봤더니 천막이 다 찢어지고, 강대상이 부서지고 그랬어요. 십자가에 똥이 묻어 있었어요. 교인들은 앉아서 대성통곡하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다시 나가 싸워서 우리가 어디서 정착하도록 만들어 주었는데, 교인 몇 가정이 우리 새벽의 집에 왔어요, 우리 새벽의 집이 서울에 1972년에 시작해서 76년까지 했거든, 그러다가 내가 학교에서 쫓겨나지 않았어요? 우리 표어 같은 것이 있는데 우리 속에서 물질주의, 권위주의, 개인주의를 추방하자. 이것이 산업문화의 악영향이다. 이렇게 사실 산업문화를 인류를, 파국으로 끌고 가는 문화를 죽음의 문화라고 봤어요.

그러면서 서울에 사는데, 사실 우리 식구들은 이 산업문화에 취직해서 돈 벌어 오거든. 이것은 말도 안 된다. 우리 스스로 생산을 하면서 우리 자식들도 이런 생명문화 분위기 속에서 교육하는 교육제도를 만들자. 내 자신이 교육 전문가고 내 밑에서 배운 졸업생들 몇몇이 거기 들어와 있으니까. 그리고 새 교육 운동가들 많이 나니까 그런 사람들하고 대화하면서 새로운 교육제도를 만들어보자. 그리고 이렇게 하기로 하고 2월 28일 마지막 날 발대식을 3월 초하루에 명동성당에 가서 구국선언서를 발표를 하고 3월 2일에 감옥에 들어갔거든. 그러니까 농촌으로 간다고 하면서 구국선언을 발표한다는 것은 사실 생각하면 웃기는 일이지요. 그땐 그런 생각도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 사랑방교회 교인 한 가정을 새벽의 집에 접목시켰어요. 같이 농촌으로 나갔어요. 내가 감옥에 들어가 있는 동안에 안양 쪽에 농촌에 이미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사람들하고 합쳐서 하려고 나갔는데, 나가서 조화가 되지 않아서 그 사람들은 다소 경건주의적인 사람들인데 우리 새벽의 집은 그렇지 않았거든. 같이 살면서 즐기는 편이란 말이야. 내가 있으면 어떻게 조화를 시킬 것인데, 또 그쪽에서도 우리 식구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고 좋아하지 않았고. 그게 접목되지 않았어. 1년 가서 고생을 진탕했지. 그리고 돌아왔어요.

내가 감옥에서 나오면서 우리 공동체 생활을 조금 더 완화하는 생활을 2-3년 하다 여기다 정력을 다 부어야 되거든.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할 수 없어서 우리 새벽의 집 공동체가 한 7년 실험해 보고 그만뒀어요.

그런 것이었고, 아까 말한 대로 구 교회에서도 그런 산업선교회를 했잖아요? 감리교도 있고, 예장에도 있고. 연합체를 만들자 해서 우리가 감옥에 나온 다음에 모든 종파들이 연합하는 선교위원회를 만들었어요. 지학순 주교가 원주에 계시니까 위원장이 되고 내가 부위원장이 됐는데 아무래도 서울에서 사건이 나니까 내가 거의 마무리를 했죠. 아까 말한 YH 사건이 나에게 있어서는 부각되는 것이었고, 그 다음 감리교에서는 동일방직 사건이 있어요. 거기에서 노조운동이 심해지고, 조화순 목사가 그것을 했는데 마지막에 강제를 철거시키고 하니까 여기서 같이 휩쓸면서 그리고서 산업선교 이야기하면 내게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아무런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 투쟁하는 과정에 그들이 의식이 개화하는 것이 기가 막혀요.

처음에는 자기들의 인권을 위해서 투쟁해요. 그러다 가 보니까 이것은 군부의 독재 때문이란 말이야, 민주화운동을 해야 된다, 하고 나가요. 그러다가 그들이 발견하는 것은 한국의 독재를 지휘하는 것은 국제 자본주의들이란 말이야. 그래 국제 자본주의를 향한 투쟁으로 이게 발산돼요. 그러니까 우리 투쟁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은 그 사람들의 사고를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투쟁하면서 의식이 돼요. 나는 이게 하나님의 교육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인류를 교육하는 것은 하나님의 선교라는 개념이 있잖아. 역사를 주도하고 선교하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걸 위해서 하나님은 필요한 사람을 불러서 쓰신다. 그거거든. 내가 민중신학 민중교육을 들여다봤더니 아까 말하는 대로 한 사람이 깨어 가지고는 되질 않아. 민중이 깨어져야 되거든. 민중을 의식화시키는데 한국에서 제일 공헌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 박정희예요. 박정희가 폭행을 하고 억지를 쓰는 것이 민중을 깨우친 거야. 그러니까 하나님은 이 악의 세력을 통해서 민중을 의식화 시키고 그 민중이 새로운 것을 창출해낸다. 그러니까 안 박사나 서남동 목사에게 민중신학의 약점이 있는데, 그 양반들은 서재에서 민중신학을 했거든. 서재에서 깜짝 놀라는 것은 출애굽 사건을 본다든지, 예수 사건을 보거든 거기를 확실히 보면 민중이 주인이 돼서 역사를 개발했단 말이야. 역사의 주체는 민중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그러나 그것이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 와서 그렇게 되기까지는 500-600년이 지났거든. 그동안에 민중은 아무것도 아니야. 아첨도 하고 시기, 질투도 하고 그러거든. 우리 민중신학을 한 사람에게 반발하는 것은 바로 거기에서 와요. 자기들이 주변에서 보는 민중들을 보면 주체적이 아니란 말이야. 이 과정에는 민중들이 깬 것 같지 않아요. 그러나 결국에는 이 민중들이 해내.

그 도중에 있는 우리는 뭐해야 하느냐 말이야. 예언자들이 참 재밌는 거야. 예언자들은 악을 보면 악이라고 외쳐. 그러나 다시 태어나진 않아. 어느 예언자가 역사를 바꾼 거 없잖아. 그러나 악은 악이라고 그냥 외쳤어요. 그 외친 것의 영향 아래 민중들이 다시 살아나요. 그래서 민중이 확 일어나요. 이 도정에 우리 할 일이 뭐냐, 막바지에 가서 세례요한 같은 사람들이“때가 가까이 왔다”고 외치고 그 다음에 예수님이 나타나서 왜 그런가 깨우쳐 주신 거예요. 이런 민중이 깨어나는 과정이 있어요. 그래서 역사를 볼 때는 역사과정이 지금 어느 때인지, 나는 산업 문화를 죽음의 문화라고 외치는데. 이것이 먹혀들어 가지가 않아요. 교회와 앉아있는 사람들은 다 산업문화에 젖줄을 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야? 이것이 망한다는 것이 먹혀 들어가질 않아요. 먹혀 들어가길 기대하지 않아요. 그러나 몇몇이 깨어나서 계속해서 이것이 죽음의 문화라고 이야기 해주면 때가 이르면 새 것이 그 깨달음에서 일어난다, 이런 이야기예요.

세계적으로 보면 1960년대에 미국에 생명 운동이 강하게 일어났어요. 그러다가 그것이 죽어들고 말았어요. 왜냐면 자본주의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그 후에 청년들을 보면 많은 수재들은 대자본에 다 끌려가고 말아. 대자본이 언제나 장학금을 줘서 수재들을 뽑아가요. 그래서 거기 기업인들을 만들거든 그래 다 빠져나갔어요. 그러나 당시 외치던 사람이 사회학자가 되고, 역사학자들이 많이 됐어요. 그 사람들이 지금 아주 좋은 책들을 내. 지금 그것이 다시 확산이 되요. 지금 NGO movement 같은 거 이것은 다 그 뒤로 나오는 운동이에요. 그래서 이것이 점점 인류의 의식을 개발하고 그리고 한데 묶어서 운동을 추진하고 산업문화에 대치되는 것이 새롭게 태어날 거예요. 이런 과정이 있거든. 이런 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하나님의 선교를 해야 한다. 난 그렇게 봐요.(다음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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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순의 신학과 영성

마틴 루터 킹 기념일을 보내며

이 정 순/ First Congregational Church of Waverley-Senuri 목사

:::글쓴이 소개:::

올해도 어김없이 마틴 루터 킹 기념을 맞았다. 해마다 1월  셋째 주 월요일은 마틴 루터 킹 기념일로 미 전역에서 지키는 공휴일이다. 곳곳에서 기념행사를 치르고, 인종간의 화해와 평화가 주제로 부각된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이 아닌 한 민간인을 기념하여 공휴일을 제정한 것은 마틴 루터 킹이 처음이다. 그만큼 그가 미국 역사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어느 대통령이나 위인과도 비교가 안 된다. 흔히 한국에서 마틴 루터 킹 하면 “나는 꿈이 있어요”라는 연설문 정도를 떠올리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삶은 그 이상이다. 해마다 그를 기리는 전기들이 계속 출판되는 것을 보면 마틴 루터 킹이 어던 인물인지를 잘 알 수 있다. 특히나 목사요 신학자였던 그의 삶은 기독교인에게 많은 감동과 교훈을 준다. 이런 이유로 우리 교회는 해마다 1월 셋째 주 일요일을 마틴 루터 킹 기념 주일로 지키고 있다. 이 때는 특히 인종간의 화합과 평화를 주제로 삼아 예배를 드리고, 그의 설교문이나 연설문을 골라 읽고 특별 기도를 드리곤 한다. 비슷한 행사가 바로 다음날 월요일 아침에 곳곳에서 개최되지만, 같은 신앙인으로서 그의 삶과 죽음을 기억하는 것이 무엇보다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틴 루터 킹은 1929년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목회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모어하우스 대학을 졸업한 후, 아버지의 뜻을 따라 목회자가 되기 위해 펜실베니아주에 있는 크로저 신학교에 들어가 신학을 공부했다. 킹은 이후 더 신학을 연나하기위해 보스톤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가 조직신학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시절 보스톤지역에서 유행하던 보스톤 인격주의, 곧 모든 인간은 개개인의 고귀한 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사상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보스톤에 있는 뉴잉글랜드 음악대학원에서 음악을 공부하던 부인 코레타 스콧을 만나 결혼도 하게 된다. 그만큼 보스톤은 킹의 생애에서 중요한 시기를 보낸 곳이다. 그는 박사학위 논문만 남겨 논 채 몽고메리주 앨라배마시에 있는 한 침례교회의 목사로 초빙되어 목회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55년부터 몽고메리주에서 버스보이콧 캠페인으로 시작된 흑인차별반대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점점 더 사회의식을 갖기 시작하면서 킹 목사는 인권운동지도자로 탈바꿈하였으며, 이후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흑인 인권운동과 베트남전 반대 운동을 주도했다. 특히 그는 철저히 비폭력 운동의 원칙을 고수했는데, 이것은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예수의 정신과도 같은 것이었다. 또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에게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 결과 직접 인도를 방문하여 간디의 유적지를 순례함으로써 비폭력 무저항 운동의 원칙을 다지기도 했다. 킹 목사는 1968년 암살되기까지 목숨을 아랑 곳 하지 않고 억압받는 흑인들의 인권을 위해 일했다. 그 결과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그가 죽은 후 그의 공로가 인정되어, 1986년부터 그를 기리기 위해 국경일이 제정된 것이다.

신기한 것은 그가 평생토록 존경했고 운동의 모델로 삼았던 간디 역시 19세기 뉴잉글랜드 자연주의자 헨리 데이빗 쏘로우의 삶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다. 간디가 평생 주머니에 넣고 읽었다는 책이 쏘로우가 쓴 작은 책 “시민의 불복종에 관하여” 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간을 변화시키는 심오한 사상이 동서를 교류하며 이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것이다. 쏘로우 역시 그의 자연주의적이고 소박한 삶을 동양의 사상들로부터 영향 받았다고 한다. 필자는 종종 쏘로우가 자연주의적 삶을 실천했던 월든 호수에 가보곤 한다. 집에서 차로 30여분 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마틴 루터 킹에서 간디로, 다시 쏘로우로 이어지는 하나의 사상의 맥이 떠오른다. 이런 시대의 예언자들이 동서 구분 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역사의 중요한 획을 그은 것이다.

해마다 이 때가 오면 미국에서 소수 유색인종으로 살아가는 나 자신의 정체에 대해 묻곤 한다. 혹 어떤 이들은 아직도 피부색깔이 문제가 되느냐 라고 물을 것이다. 짧은 삶의 경험으로 볼 때 필자는 그렇다고 답하고 싶다. 아니 인종 차별의 문제는 비단 이곳 미국만이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이 현실 아닌가? 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마틴 루터 킹 기념일을 곳곳에서 21세기 미국에서 계속 대대적으로 지키는 것을 보면, 그가 외친 인종간의 화합과 평등이라는 이상과 꿈이 아직도 곳곳에서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런 시점에서 그의 꿈과 이상은 계속 선포되고 되새겨져야 될 것이다. 불행한 것은 미국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소수 유색인종으로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삶의 자세이다. 90년대 초 흑인폭동을 경험한 LA지역을 제외하고선, 대부분 지역의 한인들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누구인지, 왜 1월 셋째 주를 그를 기념하는 공휴일로 제정했는지 별로 관심이 없다. 지역에서 주최하는 기념행사에 한인들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 지역의 한인교회들에서 마틴 루터 킹 기념주일을 지키고 있다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다. 한인들끼리 무슨 무슨 친목협회나 단체를 조직하여 송년회다, 골프대회다 난리를 치고 있지만, 정작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행사 같은 의미 있는 행사를 치룬 적은 없다. 아직도 인종차별문제는 자신과는 거리가 먼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슈로만 생각하는 경향이다. 얼마 전 동성애 문제가 나왔을 때 한인신문에 한인교회 목회자들이 집단으로 반대 성명을 낸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미국에서 인종 차별의 문제는 바로 한인들 자신의 문제들이다. 때문에 마틴 루터 킹 목사요 말로 하느님이 보내주신 시대의 예언자로 인식하고 대대적으로 기념하며, 그의 실천적인 삶을 본받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한인교회들이 앞장서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그가 몸 받쳐 외친 인종화합과 인권과 평화의 메시지는 기독교신앙의 알짬인 것이다. 해마다 이 때 쯤 되면, 필자는 한국인으로서 많은 부끄러움과 좌절을 느끼곤 한다. 그러면서 또다시 생각하며 꿈꿔본다. 마틴 루터 킹이 한인들에게 제대로 대접받을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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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숙의 가온의편지

길 위에서

최명숙/ 베데스다교회 목사  

:::글쓴이 소개:::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막내 동생이 영업사원 시절, 차사고가 나서 보상 문제로 상대방과 심하게 다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후, 1년여가 지난 뒤에 누군가의 소개로 차를 구입하겠다는 사람을 찾아갔는데 공교롭게도 하필이면 보상문제로 심하게 다투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보자마자 다시 얼굴을 붉히면서 “나 당신한테는 절대로 차 안 사!” “아, 당신이었어? 나도 당신 같은 사람한테는 안 팔어!” 그리고 팜플렛을 가지고 도로 나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차 한 대를 팔고 안파는 계산적인 문제를 떠나 이런 경우는 업무상 상황에 패배하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망서리던 끝에 용기를 내어 다시 들어가 먼저 손을 내밀어 화해를 했으며 두 사람은 결국 구매인와 판매인 사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지혜롭게 장애물 같은 고비를 넘겨가며 열심히 일을 해 온 동생은 그 후, 관리직으로 승진을 해서 16개 지점을 책임 맡은 직위에 있으며 지금도 동생 주위에는 늘 많은 친구들이 있는 걸 보게 됩니다.

내 사역의 여정에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사역 초기에 행사를 위해 스폰서를 구해야 했는데 전에 이 지역에서 장애인 사역을 했던 사람들의 좋지 않은 이미지로 인해 모두 문을 닫고 노골적으로 거부를 했습니다.

어떤 이는 자신이 겪었던 실망스런 일들에 대한 한(恨)이라도 풀려는 듯 한 시간 가까이 쏟아 붓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절대로 장애인들이 하는 일에 협력하지 않겠노라고 굳은 표정으로 거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분 같아서는 당장 나오고 싶었지만 “한 사람의 행동으로 전체 장애인을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말과 함께 ”한번 믿어보십시오 훗날 후회하는 일은 결코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자 조금씩 마음이 누그러지면서 결국 그분은 작으나마 행사를 위한 스폰서가 되어주었습니다.

20년 전, 당시 그 3만원의 스폰서는 돈의 액수를 떠나 3백만 원보다도 큰 성과였습니다. 인간관계에 있어 한 사람과의 석연치 않은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백 명의 지지자를 얻는 것보다 큰 것이기에 나는 지금도 그 때 일을 가슴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길을 갈 때 넘어지게 하는 것은 하잘것없이 작은 돌뿌리입니다. 우리가 걷는 길은 평탄한 대로만 이 아니라 비바람과 눈보라와 뜻하지 않은 돌풍이 몰아칠 때도 있으며 높은 산이 있는가 하면 험난한 계곡도 있고, 건너야 할 물도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참고 견디며 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가만히 있기만 해도 세월은 가는 것이지요.

나를 사랑하고 나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은 오늘날까지 이렇게 이루어오느라 얼마나 애를 썼느냐는 말들을 합니다. 그러나 사실 내게는 쌓은 것도 이루어놓은 것도 없습니다.

그저 선택한 길을 다만 포기하지 않고 걸어온 것뿐이요, 그 길에서 그분의 사랑과 은혜를 체험한 것 뿐입니다. 때로는 중단하고 싶을 때도 있었고, 그냥 주저앉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비틀거리다가 넘어졌을 때 세상에서 아무도 나의 죄짐을 함께 지고자 하는 사람은 없음을 깨닫기도 했고, 그 때, 처음 가시면류관을 쓰고 십자가에 못 박힌 그분을 눈물겹게 바라보았습니다.

목을 길게 떨군 채, 피를 흘리며 나를 바라보는 그분은 “네 죄짐을 내가 대신 이렇게 지고 있지 않느냐? 너는 평안하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인생이란 길 위에서는 마치 에스컬레이터를 탄 것처럼 그냥 가만히 기다리기만 해도 그분은 해결해 주십니다.

(ㅁ)과 (ㅂ)과 (ㅍ)으로 풀라는 말대로 딱딱하여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도 그저 물고 있다 보면 부풀게 될 것이요, 부풀게 되면 풀리게 된다는 이치대로 말입니다.

앞으로도 내 걸음은 그렇게 계속될 것입니다.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좇아가노라’ -빌3:13-14-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는 시리도록 파란 달이 차가운 하늘을 가로질러서 바쁘게 가고 있었습니다. “어, 달이 막 가고 있네” 라고하자 남편은 “달이 가는 게 아니라 구름이 가고 있지”라고 말합니다. 아, 나는 이 나이까지도 아직 착시현상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에도 우리는 길 위에 있고, 우리의 걸음은 이 길 위에서 역시 견디며 기다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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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일의 이런말저런말

오프라인 <홀씨> 발간의 중단에 즈음하여...

임규일/ 만성교회 목사

:::글쓴이 소개:::

'민들레 홀씨'는 어디론가 날아가고 흩어진다. 그리고는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듬해 봄이되면 사방에 흩어진 채 여기 풀밭에 길 언저리에 노오랗게 피어나면 그 때 모습이 드러날 뿐이다. 우리의 <민들레성서마당>에서 흩뿌린 <홀씨>들이 그렇게 어디선가 언젠가 샛노란 민들레꽃으로 피어나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어느 정도는 허전하고 쓸쓸하다. 계속해 나가던 일을 순간 중단하게 되는 당황스러움, 착잡함, 멈칫하는 긴장감이 일기 때문이다. 아하! 결국 이리되고 마는가.... 뜻을 현실적으로 이루어내며 펼쳐 가는 데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없지않음이 있기에 사실 이 고독한 줄타기에서 언제 내려와야 하나하는 아슬아슬함이 있었다. 그래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더 더...! 하는 심정이었다. 현실... 이라는 거 !

그러나 우리는 하던 일을 잠시 중단하는 것이지 뜻을 접거나 꿈에서 허망하게 깨어나버리고 마는 게 아니다. 서로를 따뜻하고 느긋하게, 푸근하고 무던하게 바라보며 응시하는 눈길이며 마음은 더 뜨겁고 간절하다. 표현하기 뭣한 애틋함을 더 확인하고 나누며, 맑고 따뜻한 마음 들의 생각과 뜻을 서로 헤아린다.

여러가지 분주한 일들로 그야말로 노심초사해 온 '김재성'박사께 감사와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모든 홀씨들이 동참해주시기를 기대한다. 그는 책상 앞이나 강의실이나 연구실에 틀어박힌 '책벌레'가 아니고, 사람 만나기 좋아하고 싱글싱글 웃으며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며, 발견하고 깨닫게 된 진리와 감동을 신나게 말하며 나누기를 좋아하니 또 무슨 재밌는 보따리를 풀어헤칠지 모를 일이다. 그렇게 아니하고는 배겨나질 못한다. 그것을 기대하며 기다려 보자.

그동안의 <홀씨>를 영인본으로 만들어 책장 한켠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두리라. 아름다고 즐겁고 맑은 추억으로 남아서 은근한 향기로 가슴에 와닿을게다.

그러나 무슨 말을 어떻게 하여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동안 고운 글이며 뜻 깊은 그림이며 올려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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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길

그림 / 우영란

종교나 현인이 우리를 구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기 쉽지만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들,

지독히도 속만 썩이는 애물단지 같은 사람들이

자기를 구원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오히려 이들이 우리를 인간 되게 하는 작은 예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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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는 말씀

■ 온라인 <월간 홀씨> 가족 여러분께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의 성원과 격려에 힘입어 온라인 <월간 홀씨>가 나오게 됨을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며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온라인 <월간 홀씨>를 통하여 복음의 아름다운 이야기들과 여러분의 삶의 이야기들이 더 멀리 더 넓게 번져가게 되기를 바랍니다.

온라인 <월간 홀씨>를 내면서 작은 일을 하나 여러분과 함께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민들레성서마을을 통해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작게라도 시작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온라인 <월간 홀씨>를 편집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월 100,000원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자발적으로 보내주시는 후원금은 이 비용을 제외하고는 전액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려고 합니다. 후원회비의 수입과 사용 내역은 매달 월간 홀씨 뒷면에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민들레성서마을을 통하여 복음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멀리 번져갈 뿐 아니라, 우리의 사랑하는 마음도 번져가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모든 일들을 통해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은총을 내려 주시기 바라며, 여러분의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마을지기 김재성 드림

* 후원회비를 보내실 분은 아래의 후원계좌로 입금해 주시기 바랍니다.

후원계좌: 국민은행 545601-01-041885 김재성

* 그밖의 은행계좌는 홈페이지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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