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와 여성

최영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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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최영실 교수의 두 번째 저서인『성서와 여성』의 출판을 축하하며 추천의 글을 쓰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본래“아니오”는 못하고“예”는 퍽 잘하는 체질로 태어났습니다. 그 체질 때문에 수많은 회한의 시간들을 체험하며 살아왔습니다. 이번에도 최 교수의 부탁을 쉽게 받아들이고 그 순간부터 전보다 더 무거운 회한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데“출판일이 앞당겨졌으니 빨리 써야 한다”는 재촉 덕분에 회한의 시간이 단축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 속으로부터 하고 싶은 말이 고개를 들고 일어났습니다. 그것은 최 교수와의 만남이 사반세기를 훌쩍 넘어버렸고 그동안의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교역자와 교인으로 만났지만 때로는 친구로 때로는 동지로 많은 어려운 문제를 앞에 두고 신나게 토론하며 삶의 에너지를 나누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최 교수나 저나 둘 다 일상적인 여자이기보다는 여성성을 존중하며 자유롭고 진취적인 삶을 향해 도전하려는 기(氣)가 있어 이 기가 통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 년도 세대 차이가 난다는 이 풍토 속에서 20년 가까운 나이의 차이가 있었어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1975년 12월 서울의 잠실시영아파트 단지 상가에서 교회를 개척하여 여성의 시각에서 목회를 시작했습니다. 교회 안의 조직에서 남녀가 동등하게 자리잡고 모든 일을 분담하며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나 교인 개인의 현장인 가정 안에서는 이것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부간의 문제 또 시부모간의 문제가 심각해져서 목회자인 제가 나서야 할 때 저는 남편들의 비인간적인 행동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억울한 사정에 울분을 참을 수 없어“싸워라. 싸워서 당신의 자리를 굳혀라”고 하는 목회 상담자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두 가지의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부부의 사이가 좋아지면 목회자인 저는 난처한 입장이 되어 버렸고, 끝내 여성의 자리를 찾아보려고 하는 경우에는 별거 아니면 전보다 더 여성이 불리한 입장에서 남편과 화해가 되었습니다. 목회는 남녀노소가 함께 사는 가정 공동체를 상대로 하기에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는 동등하다는‘새 질서’를 가정과 교회 속에 회복하려면 긴 시간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이 문제는 지금도 저에게는 큰 숙제로 남아 있어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 교수는 제 여성목회의 현장에 나타났습니다. 저는 심방을 하며 그를 만났고 그가 새 삶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를 향해 저는 어김없이“일어서라”,“공부해라” 등 때로는 무책임하고 때로는 어려운 일을 하게 하는 어려운 상담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많은 갈등과 번민을 안고 제 곁을 떠났고 긴 시간이 지난 후에 한라산 기도원에서 하산하여 우리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의 새 출발은 성서와의 눈물의 만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성서신학을 전공으로 택하고 놀라운 정력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의 연구는 불트만의 성서신학을 거쳐 민중신학 여성신학으로 확대되어 갔지만 여전히 지금도 그의 가슴 속에는 성서와의 눈물의 만남의 감격이 식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최 교수는 아직도 때때로 전화를 통해 깊이 감명 받은 성서를 낭독해 줍니다. 아침 일찍 혹은 깊은 밤중에“박 목사님! 들어보세요……” 하고 낭랑한 목소리로. 최 교수는 이미 출판한『신약성서의 여성들』에서 학문으로의 신학이 아니라 이 땅에서 고난 받는 여성들의 문제를 신학으로 해결하고 이들이 생명과 희망을 복음의 빛에서 증언하기 위하여 여성신학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출판하는『성서와 여성』에서는 21세기의 여성은“억압받는 여성에서 새 역사의 비전을 바라보는 새 역사 창출의 주역이며 축복받은 자”라는 자기 인식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복음의 빛에서 증언하는 여인, 축복받은 자라는 자기 인식에 서 있는 여인”은 여성의 인간화를 말합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여성성 즉 여성은 하나님의 축복 속에 있기에 화해하며 사랑하고 사랑받는 자라는 기쁨과 희망 속에서 자기의 삶을 받아들이는 자들입니다. 이 복음의 빛은 인간 편에서 되어지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이미 하나님의 편에서 주어진 것이기에 우리는 빛을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기나긴 억압에서 깨어난 여성의 역사는 우리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피해 의식과 소외감 속에서 여성이 하나님의 자녀로서 당당하게 살아가지 못하게 했던 모든 그물들을 벗어버리기 위해, 모든 분야의 여성들이 함께 손을 잡아야 합니다. 이 연대의 정신이 성서 안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어 새 힘으로 공급되기 위해 여성신학은 더욱 발전해야 합니다. 한국 교회의 통일운동 속에서 찾아낸 희년신학은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인간 본래의 자리를 회복하여 새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하고 손잡게 하는 기쁜 소식입니다. 복음의 빛 속에서 찾아낸 이 귀한 보물들을 소중하게 간직하여, 진정한 화해가 남과 북 사이에서 통일운동으로 또한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평등운동으로 이어져, 모두가 함께 손잡고 새 역사를 창조하는 힘찬 행진으로 이어져 가야 합니다.

『성서와 여성』이 모든 독자들 속에서 화제가 되어 온갖 담으로 막힌 모든 분야에서 토론의 장이 열려 우리의 삶 속에 복음의 빛이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최영실 교수의 변함없는 성서 사랑과 계속되는 신학 연구의 정진을 기대합니다.

박 성 자 (잠실중앙교회 명예목사)


<책을 내면서(저자 서문)>

교회사의 역사가 말해주듯이, 성서는 한편으로 억압받던 여성들에게 자유와 해방을 선포해 주는‘복음’이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여성을 억압하고 차별하며 죽이기까지 하는‘무서운 책’으로 작용했다. 이것은 중세에 일어났던‘마녀 사냥’과, 오늘날 여성을 차별하고 비하시키면서 침묵과 복종을 강요하고 여성의 성직을 거부하고 있는 우리의 교회 현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때문에 여성들의 진정한 자유와 해방을 위해서는 여성차별적인 교회 전통은 물론, 남성들에 의해 씌어지고 가부장적 문화유산을 그대로 담고 있는 성서 전통까지 떠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성신학자도 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성서를 붙들고 있다. 그것은“복음의 빛에서 본 한국 여성신학”에서도 밝혔듯이 성서로부터 가부장적 문화유산들을 넘어서서 모든 억압받고 차별받는 자들을 해방시키는 예수 그리스도의‘복음’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신학자들이 올바로 밝혔듯이 물론 성서 안에는 고대 이스라엘 사회와 그리스 헬레니즘 전통의 가부장적이며 여성차별적인 본문들이 들어있다. 여성신학자들 가운데는 이러한 본문들을 문제시하면서, 성서에서 여성들에게‘돌’아니라‘떡’이 되는 구절만을 취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나는 성서의 본문을 발췌하거나 삭제하면서, 여성들에게‘떡’이 되는 본문만을 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여성차별적이며 억압적인 본문에 대해서도 저자가 왜 어떠한 상황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는지를 밝히면서 저자가 말하려고 한 핵심을 찾아내고, 그러한 진술들 안에 들어있는 가부장적 사고와 불의를 그대로 드러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근본주의적인 성서 해석과 문자주의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빛에서 문제의 본문들을 비판적으로 해석해 내는 일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예수가 그랬듯이, 성서와 율법을 뛰어넘어서 들려오는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모든 억압받는 자들의 편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보는 일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이 글들에서 나는 특히 우리 사회와 교회에서 여성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데 이용되고 있는 본문들을 역사비판학적 방법과 사회사적 방법으로 연구하고 여성의 눈으로 성서 본문을 읽고 해석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성서의 남성 저자들에 의해서 삭제되고 왜곡되어 온 초대교회 여성들의 역사를 올바로 세우는 일에도 힘을 기울였다. 이 신학적 작업을 하면서, 고백하건데 나는‘여성’으로 태어난 것에 대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것은 초대교회 여성들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고난받는 여성들만이 모든 억압받는 자들을 해방시키는 하나님 나라의 현실을 올바로 깨닫고, 이웃을 섬기고 십자가의 길을 따르는 예수의 참된 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나온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아도 강자와 남성의 역사였던‘History’에서 삭제되고 왜곡되어 온 여성들은 사실상 불의한 이 나라의 위정자들과 권력자들로 말미암아 멍에를 메게 된 민족적 수난의 짐을 대신 지고 고난을 받으면서, 이 민족을 지탱해 온 주역들이었다. 그들은 우리가 여성신학이라는 이름으로 신학을 하기 전에 이미 자신들의 온몸으로 강대국과 강자들의 불의에 항거하며 여성의 해방을 위해 몸부림친 선구자들이다. 너무나 사랑했기에 아직 한번도 말이나 글로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하늘나라에 계신 나의 어머니가 바로 그런 분이다. 이제 나의 신학적 작업에서 남아 있는 과제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들, 우리의 역사에서 투쟁과 해방의 길을 걸으며 자유와 해방을 쟁취한 여성들의 고난과 승리의 역사를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과제는 지금까지 내가 밝히고 말해 온 여성 해방적 투쟁과 해방의 삶을 나 자신이 오늘의 역사 현장에서 온몸으로 살아내는 일이다.

이 책을 발간하기까지 많은 분들에게 빚을 졌다. 이 땅에서 고난당하며 차별받는 여성들의 해방을 위하여 일하며 함께 걸어왔던 여성신학 동지들, 그리고 여성신학적 목회가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보여주신 박성자 목사님, 어려울 때마다 배후에서 기도해 주신 한라산 기도원 임금찬 원장님과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원고를 정리하고 교정을 보아준 김호경 박사와 허유남 박사, 이경호 신부, 한 여름 비지땀을 흘리며 이 책의 출판을 위해 수고해 준 김재성 박사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04년 3월 30일

최영실

 

<차례>

제1부 성서와 한국 여성신학

    복음의 빛에서 본 한국 여성신학 ● 15

    한의 질곡에서 생명으로 피어나는 한국 여성신학 ● 35

    안병무의 민중신학적 성서해석에 대한 여성신학적 고찰 ● 62

    한국 여성신학과 민족신학 ● 83

제2부 성서와 여성 해방

    간음과 이혼문제를 통해 본 예수의 여성 해방 ● 105

    바울과 성차별 ● 120

    성서는 여성의 사회적 지도력을 거부하는가? ● 134

    남편과 아내에게 똑같이 요구된 사랑과 순종 ● 154

제3부 여성과 교회

    신약성서에 나타난 교회의 이해 ● 163

    영성과 여성 ● 182

    성령을 받은 교회 여성의 사명 ● 206

    우리의 옥합을 깨뜨리자 ● 218

제4부 여성과 민족

    한국 사회와 여성 ● 237

    애곡의 눈물로 나라를 구하는 여인들 ● 248

    화해와 평화의 직무를 위한 한일 여교역자의 사명과 과제 ● 268

    죽으면 죽으리이다 ● 281

제5부 여성과 평화

    남자를 용서하자 ● 295

    기쁨의 해는 오지 않을 것인가? ● 305

    여성과 평화 ● 323

    기독 여성 평화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 ● 334

출전 ● 346

주 ● 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