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과 실천

이정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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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머리말>

21세기에 들어와 많은 사람들이 영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영성운동이 기존 종교의 테두리를 넘어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굳이 특정 종교에 속하거나 참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스스로를 영성적이거나 영성에 관심 있는 자로 표명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여러 종교들이 오랫동안 공존해 온 한국 사회에서도 언제부터인가 영성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게 되었다. 필자가 자란 개신교에서는 최근까지도 이런 용어를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성령 충만’과 같은 단어를 더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17세기 프랑스, 스페인 가톨릭계에서 주로 사용되던 이 용어가 이제 한국 개신교에서, 심지어 성령운동에 몰입하는 교회에서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도대체 영성이 무엇일까? 그것은 성령충만을 대체하는 새로운 단어일까? 다른 종교와 구분되는 그리스도교의 영성은 무엇일까? 한국 교회는 영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 교회 영성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주제들을 신학적으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필자는 오랜 기간의 신앙 여정과 학문적 연구를 통하여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리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제들을 중심으로 이 문제를 정리해 보고자 노력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필자가 그 동안 진행해 온 신학연구의 첫 결산이다. 이 책 곳곳에 필자의 신학적 관점과 주제들이 들어 있다. 그것들은 필자의 신앙적, 신학적 여정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필자가 신학에 입문한 것은 어린 시절 다녔던 보수적이고 뜨거웠던 성결교회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많은 한국 목회자들이 그러하듯이, 필자 역시 부흥회에서 이른바 은혜를 받고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후 사회, 역사 문제에 눈을 뜨면서 전통 신앙과 새로 갖기 시작한 의식 사이에 많은 갈등을 경험했다. 그러다 해방신학과 민중신학을 비롯한 이른바 제3세계 신학을 통해 신학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갔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의 첫 신학 연구 과제는 서양 전통신학과 연관하여 제3세계 신학을 연구하는 데 있었다. 그후 필자는 서구세계에서 좀더 학문의 폭을 넓히기 위해 미국으로 가 학문의 여정을 계속했다. 그곳에서 신학, 종교학, 영성 등을 공부하면서, 특히 북미 사회에서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종교간 대화와 다양한 영성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에는 이런 필자의 다양한 관심들과 취향이 반영되어 있다.

또한 이 시기에 담임목회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필자는 교회 현장에서 제기되는 여러 문제들을 신학적으로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또 평신도 교인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곤 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필자는 교회 현장을 고려하면서 될 수 있으면 쉽게 명쾌하게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특히 필자는 매 주일마다 설교를 하면서 대중과 소통되지 않는 말과 글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곤 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동안 썼던 글들을 수정보완하고, 어떤 것은 새로 써서 책으로 선을 보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 책에 모인 글들을 읽어보니 많은 부족함을 느낀다. 중복되는 부분도 있고 전체적으로 일관성이 결여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필자의 한계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독자 여러분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린다. 이는 앞으로 필자가 더 갈고 닦아야 될 과제이다.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여기에 실린 글들은 주로 한국 교회의 영성에 관한 글들이다. 비판적인 관점에서 그리스도인의 영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교회와 신앙을 바로 세우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한국 그리스도교 영성의 토착화 문제, 기도, 제사, 오순절 성령운동, 시몬느 베이유, 헨리 나웬, 해방신학의 영성, 화이트헤드 과정우주론과 범재신론, 한국 교회의 구조 문제 등의 주제들을 통해 그리스도교 영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 외에 뒷부분에 3편의 신학 논문도 도움이 될 것 같아 덧붙였다. 하나는 아시아 감리교 청년대회에서 강연했던 글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그리스도교와 유교의 대화에 관한 글, 마지막으로 성서 해석학을 다룬 글이다. 독자들은 순서에 관계없이 관심 가는 대로 어떤 글이든 뽑아 읽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 들어 있는 대부분의 글들은 계간지『신학비평』과 민들레성서마을 웹 사이트에 이미 실렸던 글들이다. 따라서 여러 사람들의 검증을 한번 거친 글들이다. 물론 그후 필자가 다시 다듬고 좀 더 보완을 했다.

엄격히 볼 때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의 공동 결과물이기도 하다. 멀리는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 대전 지역에서 함께 활동하며 그리스도교 신앙과 교회의 정체성에 관해 고민했던 여러 선후배 동료들, 목원대학교 신학과에서 부족한 내 강의를 잠시나마 경청해 주었던 제자들, 매 주일마다 내 신학의 산물을 설교라는 형태로 들어주었던 목회 현장의 여러 교우들, 신학비평과 민들레성서마을의 독자들, 이들 모두가 이 책이 빛을 보게 만든 은인들이다. 먼저 이들 모두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특히 필자는 지난여름 순천에서 열린『신학비평』독자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모인 사람들의 진지한 관심과 열기에 감동한 바 있다. 또 그분들과 직접 대화하며 신학함에 대해 많은 도전과 자극을 받았다. 그분들께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또 민들레성서마을을 통해 부족한 글에 많은 관심을 표해주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준 이름 모를 여러 독자분들께 감사드린다.

이 책을 발간하며 이 밖에도 많은 분들께도 빚을 졌다. 먼저, 그 동안 학문의 길을 제대로 가도록 이끌어주신 스승 송기득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선생님의 건강을 기원한다. 또한 보스톤대학교 신학부에서 필자의 지도교수로서 비교종교학과 영성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이끌어 주셨던, 존 버트롱(John H. Berthrong) 박사님과 클레어 울프타이크(Claire Wolfteich) 박사님께 감사드린다. 여러 학기 동안 강의 조교로 일했던 필자에게 많은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제임스 내쉬(James Nash) 박사님께도 감사드린다. 지난 수년간 필자의 학문과 목회를 아무 조건 없이 경제적으로 지원했던 새날교회 문흥일 목사님과 문화동 교회 김기수 목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어려울 때마다 격려와 도움을 준 친구 이민환 님에게도 감사드린다. 어머님과 장모님, 그리고 형제, 자매들을 비롯한 가족들의 격려와 후원도 늘 잊지 않는다. 특히 이국땅에서 힘들고 외로운 삶을 함께 인내하며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 사랑하는 아내 창금에게, 그리고 늘 바쁘기만 한 아빠의 학문과 목회 활동을 이해하고 기도해 주는 보름이와 한얼이에게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책의 출판을 위해 애써 주신 민들레책방 대표 김재성 박사님께 감사드린다. 민들레책방이 아니었으면 이 책은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전반적인 출판계의 불황 속에서, 특히 너도나도 인문학의 위기를 외치고 있는 이 때, 이름도 알려지지 않고 현직 교수도 아닌 필자의 비상업적인 책을 선뜻 출판하기로 결심한 민들레책방의 발전을 기원한다. 이 책이 모쪼록 한국 교회를 바로 세우고, 참된 신앙과 영성의 길을 걷고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8월 마지막 여름밤

미국 보스톤에서

이 정 순

<차례>

머리말 ● 7

1. 한울님, 하느님, 하나님

―우리 민족, 우리 영성을 향하여 ● 13

2. 명상과 실천 속에서 만나는 하나님

―시몬느 베이유의 영성에 대하여 ● 32

3. 기도에 대한 신학적 성찰

―아빌라의 성테레사를 중심으로 ● 54

4. 오순절주의에 대한 신학적 비판 ● 69

5. 조상 제사에 대한 신학적 ․ 목회적 이해

―한국 교회의 예전적 영성을 위하여 ● 93

6. 헨리 나웬에게서 배우는 목회와 영성 ● 116

7. 해방의 실천 속에서 형성되는 신학과 영성

―구스따보 구띠에레스를 중심으로 ● 135

8. 화이트헤드 범재신론의 영성적 의미 ● 154

9. 외국인 노동자 문제와 아시아 기독청년의 과제 ● 181

10. 그리스도교와 유교의 만남

―김하태의‘경(敬)의 신학’을 중심으로 ● 202

11. 자유와 해방의 눈으로 읽는 성서

―J.S. 끄로아또의 성서 해석학 ● 218

12. 민주적이고 열린 교회는 어떻게 가능한가?

―미국 연합 그리스도교회의 사례를 중심으로 ● 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