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뢰침과 십자가
-김병화 이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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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머리말

지금은 필리핀 선교사로 임지를 옮기신 신유호 목사님이, 내가 알기로는 한국 개신교 역사상 처음으로, 교회 본당(강화 부근교회)에서 내 종교조각개인전을 개최케 해주었다. 이것은 종래 개신교 성령운동과 외연관계이기도 한 문화운동, 특히 시각예술에 대한 신도들의 인식을 새롭게 해주었다. 그런 신 목사님이 그 다음에는 주보에 신문 만평 같은 그림 칼럼을 실어 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모은 몇 해 동안의 그림이 이제 책 한 권으로 엮을 만한 분량이되었다. 

예로부터 기독교는 ‘보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예를 든다면, 이브를 유혹한 ‘보암직’한 금단의 열매, 보이는 어떠한 형상도 만들지 말라는십계명 말씀,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다던 도마에 대한 예수님의 책망 등에서 보면 그렇다.
오직 믿음은 들음에서 나고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이니 만큼, 어떤 가시적인 형상에 대한 숭배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숭배, 그것의 예배적 고양을 위해, 예술 형식으로는 주로 청각에 호소하는 음악예술이 타 예술 분야보다 발전했다. 계속 교단과 마찰음을 빚고 또 위축된 시각조형예술과는 다르게.

AD 726년 성상 파괴령을 비롯한 종교개혁 이후의 모든 성상의 축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은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종교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교단과 신도들에 의해 장려되고 있지만, 개신교는 머리로 듣고 말씀을 이해하는 주지주의적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었다. 그런데 근래에 이르러 이것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밴드를 동원하고 율동과 찬양, 그리고 멀티미디어 등의 영상매체를 이용하여 이제는 머리뿐만 아니라 온 몸으로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각성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언어와 추론적 이성에 선행해서……, 상징은 다른 인식 수단으로는 전혀 포착할 수 없는 현실의 어떤 심오한 양상들을 밝혀준다.”

지성적으로 파악되는 비유(allegory)에 의해 다의적 의미가 전달되듯, 비유와 같은 어원에 뿌리를 두고 있는 상징(symbol) 또한, 지성적 또는 시각적인 면에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을, 그 의미를 스펙트럼처럼 다채롭게 펼쳐주고 있다. 실은 우리가 두 눈 뜨고 본다고 하지만, 보는 것 못지 않게보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어느 젊은 조각가의 〈이 세상의 가장 큰 것과 가장 작은 것을 볼 수 있을까〉라는 설치작품처럼, 우리가 전혀 지각할 수 없는 초대상이 있는가 하면, 보이는 대상들이라 할지라도 아는 만큼 일정 부분만을 인지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보는 것’의 한계 극복과 편협성을 보충하고 새롭게 의미를 조명하는, 이른바 상징적 도상(圖像, ICON) 작업에 내가 결국 도전한 셈이 되었는데, 눈 먼 사람이 눈 뜬 사람의 길을 인도하는 우스운 형국이 되지 않을까 두려움이 앞선다. 그럼에도 또한 바람이 있다면, 이 도상이 ‘하나님께 대한 감춰진 향수를 자극’하는 눈이 되고 동방정교회 신도들의 이콘 사랑과 믿음처럼 마음의 이미지로 남아 독자들의 신앙생활에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저자소개
김병화. 1948년 서울 생.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조각 개인전 7회.
시집: 『내 피곤한 영혼을 어디다 누이랴』(청하사),『밀짚광배 예수』(빛남사)

서평 1: 하나님께 대한 감춰진 향수를 자극하는 눈 -- 이정구(성공회대학교 교수)

독자 제위를 위한 글이니 만큼 김 선생에 대한 존대어는 일부러 사용하지 않으려 하니 용서하시길!

김병화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십수 년 전이다. 내 형이 자기와 가까운 서울미대 조소과 동문 개인전이 있으니 같이 동행하자고 해서 따라나섰던 인사동의 어떤 화랑에서이다. 그 때 김 선생의 작품은 미국 햄버거 가게 앞에 서 있는 만화처럼 생긴 다양하고 코믹한 인물조형들이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오래 선생과 작품을 기억하고 있다. 그 후 나는 영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서 1999년 12월부터 지금까지 한국신학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살림』지의 ‘작은 미술관’ 난에 기독교 미술과 교회 건축에 관해 연재를 하고 있다. 언젠가 느닷없이 어느 독자로부터 내 글이 참 좋다는 인사 전화를 받았다. 처음으로 내 글을 세상에 내보내던 나는 그야말로 감동하였다. 이름 석 자를 듣는 순간 번뜩 옛날이 기억이 나 내가 아무개 동생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하! 세상 참 좁다고, 어쩌면 목소리가 그렇게 비슷하냐고 하면서, 이상한 인연이라고 기뻐하던 전화 속 목소리가 반가웠다. 바로 이 사람이 『살림』지에 나보다 앞서 작은 미술관 난을 연재하던 김병화 선생이다. 그리고 수 년 전 서울미대에서 친일파 선배 은퇴교수에 대한 평가 운운하다가 해직된 김민수 교수 부부와 강화도 김 선생 작업실에 찾아간 것이 작년, 첫 방문이다. 지금도 강화도 시골집에서 작품 활동도 하고 살림도 하고 있는데, 집에 들어서 보면 김 선생의 검박함과 겸손함이 집안과 작품 곳곳에서 숨쉬고 있어 한 번이라도 김 선생을 만났거나 집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모두 부끄러워한다. 작가라면 이른바 ‘리노베이션’이라는 것도 하면서 살 것 같은데 천만의 말씀이다. 그곳에서 ‘밀짚광배 예수’를 만났다.

그는 아주 아주 독실한 예수쟁이이다. 기도의 일상으로 진지하지만 거만하지 않고, 항상 자상한 측은지심으로 사람과 사물을 만난다. 그렇다고 감성만을 중시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고루한 것이 아니라 진보적인 신학자들이 놀랄 만큼 그의 시학적인 신학적 표현은 밀도가 짙어 조금도 어설프지 않다.

그는 처음 조각가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시인이며, 수필가며, 만화가며, 동요작가며, 디자이너이다. 왜 그런지는 이 책을 보는 독자라면 다 알 수 있다. 교회에서는 산뜻한 교리 교사이며 무엇보다도 토착화 교회 미술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 국내 유일한 작가이다. 그는 단순히 다재다능한 사람이 아니라 교회와 사람에 대한 뜨거움이 일상이 된 사람이다.

이 책은 김 선생이 그 동안 틈틈이 해온 작품들과 전시회를 했던 것을 모아, 나의 오랜 지우인 김재성 박사가 자신의 민들레책방에서 출간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이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이콘집은 모두 네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편의 제목은 ‘전봇대 십자가’이다. 흔한 주변의 십자형 전봇대를 통해 ‘주의 진리의 빛 저희 십자가를 통해 집집마다 점등되게 하소서’라고 한다. 이 책의 제목이 된 ‘피뢰침과 십자가’도 나온다. ‘세상은 낙뢰(재앙)를 피뢰침의 과학으로 막지만 교회는 십자가의 믿음으로 막습니다’라는 글에서는 그의 믿음이 얼마나 깊고 담백하고 순결한지를 볼 수가 있다. 교회 생활의 체험을 통해 참 교회, 참 기독교인이 무엇인지를 전하고, 다양한 십자가 로고로 사랑과 화해를 전하고 있다. 둘째 편 제목이 된 ‘밀짚광배 예수’는 과거 김 선생이 전시회를 했던 작품들이다. 한국의 기독교 작가들은 모두 토착화의 당위성은 말하면서도, 정작 작품으로 선 보인 경우는 운보의 ‘갓 쓴 예수’ 정도에서 한 걸음 진전된 작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밀짚광배 예수를 놓고 시인 고진하 목사는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성육한 평범한 사람들의 벗’이라고 말했다. 밀짚과 봉 걸레로 제작된 예수는 동학사상과 서구신학의 만남에서 형성된 한국의 예수 이미지이다. 셋째 편 ‘예수나무’는 일상 눈에 보이는 주변의 작은 것이라도 놓치는 일이 없는, 만화같이 재미있는 작품이다. 시, 혹은 신앙 생활 수필 형식으로 우리에게 던져주는 따뜻한 교훈은 탁한 세상에서 나무가 된다. 끝으로 ‘예수의 생애’ 편에서는, 예수의 탄생부터 공생애 기간과 죽음, 부활 승천에 이르는 전 생애를 묘사한다. 이것은 올해 감리교단의 월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파스텔 작품이기도 하다.

김 선생이 밝혔듯이 ‘시각적인 면에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을, 그 의미를 스팩트럼처럼 다채롭게 펼쳐주고 있는’ 그의 이콘집은 ‘보는 것의 한계 극복과 편협성을 보충하고 새롭게 의미를 조명하는 상징적 도상 작업의 도전’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 무너져 가는 교회는 그 만큼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 교회가 매달아놓고 감상하는 도상이 모조리 서양 것이고 보면, 이 안에서 어떤 한국의 신학이 자라날 수 있을까. 교회 건축도 마찬가지다. 김 선생은 적어도 한국 기독교 토착화 과정에 큰 획을 긋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한국의 예전적인 교회는 언제까지 로마 제품을 교인의 안방과 제단에 모셔 놓을 것인지 부끄러울 뿐이다. 이제 개신교회도 상징물을 교회 안으로 불러들일 때도 되었다. 문자나 들리는 소리만 말씀일까? 아직도 서양의 것에 길들여진 한국 교회가 속상해서 해 본 소리이다. 여기에는 작가들에게 일정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김 선생의 놀라운 이콘집을 통해서 ‘하나님께 대한 감춰진 향수를 자극하는 한국인의 눈’을 되찾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하다.

그는 따뜻하다. 그의 작품처럼 항상.
 

서평 2: 이콘집 "피뢰침과 십자가"를 보고... -- 임규일 (경기도 광주 만성교회 담임목사)

우리가 성가 발표회나 칸타타 등  음악을 통해 신앙심을 표현하고 증거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거나 경배하는 일들은 자주 접하게 됩니다.시집도 많고 춤과 뮤지컬 등  여러 가지 기회가 많기도 합니다. 이젠 그 이상으로 그림과 조각 등 미술 작품을 통한 신앙심 표현과 증거도  가까이 대해야 할 일이 아닌가 간절합니다. 그림 속에는 또다른  세계와 '울림'이 있지요.

문외한이고 아무것도 제대로 아는 게 없는 주제라서 뭐라고 쉽게 말하기는 대단히 어렵고 경솔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이번에 우리들의 <민들레책방>에서 만든 김병화님의 이콘 묵상집 "피뢰침과 십자가"는  참 여러가지로 은근한 감동과 사색의 세계로 나아가게 합니다.

차분하고 조용합니다. 단순하면서도 속 깊고  은근한  묵상과 성찰의 맛을 안겨 줍니다.  예수님이 "너희는 은밀한 중에...."말씀하신 그 '은근함,은밀함'을 실감하게 합니다.  말없이 소리나지 않게  진짜 큰 소리와 무게있는 말을 건넵니다.  그림,색상, 선과 선....    그리고 조용함....  한지에 색갈 물 번지듯, 묻어남과 배어남이 있습니다.  예수를 이모저모로 '깊이 생각'한 그 생각의 깊이와 넓이와 높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소리없이 웅변하는 '힘'도 느껴지고요....

너무 쓸데없이 시끄럽고 소란하고 요란하기만 할 뿐 정작 듣고 새길 소리는 없는  요즘 세상에서,  한갖지게 마음 접고  잠깐이라도 좋으니  이 그림책을 펼치고 한 쪽을 펴서 넌즈시 바라보고,  그러다가 멀리 창밖을 짐짓 내다보다간 다시 또 한 쪽을 펴서 보고.... 하면서,   그림 그리신 분이랑 함께 영적 대화와 그 감흥의 어우러짐에 못이기는 척 빠져드는 즐거움에  마음닿는 분들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만드신 모든 분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려요.
 

서평 3: "피뢰침과 십자가"를 만나면서 -- 송영구 (독자)

언젠가도 이 마을에 들어왔다가 김병화 선생님의 글과 조각 작품을 본 기억이 납니다.

또 다시 김 선생님의 작품을 대하게 되어서 무척 반가와 몇 자 적습니다.

‘피뢰침과 십자가’

한 번도 피뢰침을 보고 십자가를 연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책을 읽고, 나태해졌던 믿음의 불씨에 다시금 불꽃을 붙입니다.

책을 읽는 모든 분께 저와 같은 변화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국민일보>에 나온 보도

<뉴스앤조이>에 나온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