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에 대한 감춰진 향수를 자극
새책 / 김병화 화가의 이콘집 「피뢰침과 십자가」(민들레책방)
 
▲ 김병화 화가의 이콘집 「피뢰침과 십자가」
예로부터 기독교는 '듣는 것'보다 '보는 것'에 부정적 반응을 보여왔다. 가령 하와를 유혹한 보암직한 금단의 열매라든지, '보이는 어떠한 형상도 만들지 말라'는 십계명 말씀,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다던 도마에 대한 예수님의 책망 등에서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는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는다.

개신교에서 시각예술보다 청각에 호소하는 음악예술이 발전한 것도 '믿음은 들음에서 나고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는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근래에 이르러 귀로만 듣고 말씀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율동이나 멀티미디어와 같은 다양한 영상매체를 이용하여 경배해야 한다는 각성이 개신교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바로 이 때에 '보는 것'의 한계와 편협성을 보충하고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이콘집이 나와 눈길을 끈다. 서울대 조소과를 나온 화가 김병화(53)가 민들레책방에서 펴낸 「피뢰침과 십자가」가 그것이다.

이콘은 원래 나무판에 금칠을 하고 그 위에 비잔틴 양식의 그림을 그린 것을 말하는데, 주로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를 다뤄 중세 성화(聖畵)와 성상(聖像)의 한 양식이 되었다. 김병화의 이콘집은 작가가 [살림](한국신학연구소)에서 수 년간 연재한 것과 전시회를 통해 발표한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모두 4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독실한 크리스천인 작가의 신실한 믿음과 각성이 녹아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첫째 편 '전봇대와 십자가'에는 우리 주변에 흔한 피뢰침을 보고 '세상은 낙뢰(재앙)를 피뢰침의 과학으로 막지만 교회는 십자가의 믿음으로 막습니다'라는 작가의 담백한 종교 인식이 나타난다. 둘째 편 '밀짚광배 예수'는 밀짚과 봉걸레로 제작된 예수를 통해 우리 곁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선 한국적 예수상을 제시하고 있다. 셋째 편 '예수나무'는 일상의 소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종교적 믿음으로 전이시키는 작가의 감수성이 드러난다. 넷째 편 '예수의 생애'는 예수의 탄생부터 죽음과 부활에 이르는 전 생애를 파스텔로 묘사한 따뜻한 감성이 압권인 작품이다.
뉴스앤조이 (2002-10-17 오후 7: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