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2.10.23, 17:27
김병화씨 ‘피뢰침과 십자가’…그림과 글로 신앙표현


“세상은 재앙을 피뢰침의 과학으로 막지만 교회는 십자가의 믿음으로 막습니다”

피뢰침과 십자가를 대비한 그림과 짧은 글로 세상과 교회를 대비한 내용을 담은 표지가 눈길을 끄는 ‘신앙 그림책’이 나왔다. 깔끔한 그림과 간결한 문장으로 신앙의 정수를 표현한 ‘피뢰침과 십자가’(민들레책방)는 오랫동안 기독교 미술 작품을 그려온 김병화씨의 ‘이콘’집이다. 이콘이란 컴퓨터 화면의 아이콘처럼 간결한 묘사로 주제를 드러내는 시각미술 작품이다.

그림책이라고 해서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코 다친다.

‘거룩한 후광을 두르기보다 밀짚모자로 뙤약볕을 가린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밀짚광배 예수’같은 작품들은 명상적인 분위기를 넘어서 ‘우리가 믿는 예수는 누구인가’하는 신학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민들레책방의 김재성 목사는 “기독교는 전통적으로 보는 것에 민감했지만 우상을 일절 거부하는 프로테스탄트 정신 때문에 요즘에는 시각예술에 약해졌다”며 “이 책이 음악예술에 치중하고 있는 교회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은 모두 네편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편은 신앙의 의미를 표현한 간결한 그림들로 엮었다. 전봇대처럼 늘어선 십자가가 가로등을 켜는 그림에는 ‘주의 진리의 빛 저희 십자가를 통해 집집마다 점등되게 하소서’라는 짧은 기도가 곁들여져 있다.

둘째편은 김씨가 전시회에 선보인 작품들을 실었다. ‘밀짚광배 예수’는 우리 시대의 예수상을 찾는 작가의 고민이 엿보인다. 세번째 ‘예수나무’편은 일상에서 체험한 신앙의 의미를 만화에 가까운 친근한 방법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마지막편은 예수의 탄생부터 부활까지를 파스텔로 묘사한 ‘예수의 생애’다.

간결한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한점 한점이 무언의 설교처럼 느껴진다(가격 1만3000원).

김지방기자 fattykim@kmib.co.kr